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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Feb 18. 2024

새로운 도파민을 찾아서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해 보는 연습

"앞으로의 경쟁력은 긴 호흡으로 얼마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지, 그리고 진득하게 임하는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이해의 깊이는 분명 그를 소화하는 시간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 @kimkyurim 님


작년부터 스스로에게 아쉬움과 위기의식을 느낀 부분이 있는데, 바로 긴 호흡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해 보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마케터로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뉴스레터를 구독하며 대략적인 유행 키워드는 파악하고 있지만, 개인으로서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가는 노력과 집중력은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멜론에서는 항상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고,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추천해 준 비슷한 유형의 영상을 몇 시간씩 소비할 때면 이게 말로만 듣던 도파민 중독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리고 이내 질문을 던져봤다. "내가 당장 도파민을 끊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였다.


결국 일정량의 도파민을 충족하기 위해 일상에서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면, 새로운 콘텐츠를 자주 소비해 보는 습관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튜브를 벗어나 넷플릭스로


먼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은 유튜브에서 넷플릭스로 변경했다. 드라마와 영화처럼 몇 십분, 몇 시간의 호흡으로 집중력이 필요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감각을 늘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넷플릭스에서 작품성이 높고 힙해 보이는 작품들을 보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썸네일을 둘러보다가 제목이 눈에 띄는 일본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발견했고, 운이 좋았던 건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라 일주일 만에 다 보았다. 그리고 요즘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보고 있다.


ⓒ 넷플릭스 콘텐츠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스파이 패밀리>


콘텐츠를 선택하는 유일한 기준은 작품성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나의 취향' '재미'였다. 다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과 루틴에는 신경을 썼다. 때로는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있어도 스킵하지 않고 집중하는 연습, 때로는 너무 재밌어서 한 번에 몰아보고 싶어도 하루에 1,2편씩 나눠서 보는 연습을 했다.


작품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이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나 시장의 평가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콘텐츠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 행동이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익숙한 플랫폼에서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기


다음으로 음악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은 멜론에서 유튜브 뮤직으로 변경했다. 새로운 UX, UI를 경험해 보고 큐레이션의 디테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멜론 플레이리스트 VS 유튜브 뮤직 플레이리스트


그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소비한 콘텐츠가 유튜브 뮤직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사실은 인기 가수여서 드라마 OST와 그 가수의 노래를 유튜브 뮤직에서 계속 찾아봤다. 탐구하고 싶은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명확해지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집중력과 경험치도 올라갔다.


유튜브 뮤직은 확실히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 큐레이션의 디테일이 정확했고 동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댓글 서비스까지 추가되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노래에 대한 다른 대중들의 평가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굳이'에는 낭만이 있다


예전에 "굳이에는 낭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스타 게시물을 여럿 본 적 있다. 확실히 '굳이 굳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어색한 UI, UX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시간들은 나름의 유의미함을 가졌다.


"남들도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생각했으면 애초에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에서 고착화된 콘텐츠 소비 경험을 조금이라도 타파하고자 시도했던 경험이기에 작게나마 기록을 하고 싶었다. 


어느 책에서 인상 깊게 보고 메모를 해둔 표현인데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한다. 일정량의 도파민과 재미를 얻기 위해 일상에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 고민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나만의 콘텐츠 리스트를 포맷하여도, 정말 좋아했던 콘텐츠들은 기억에 깊게 남아 있어서 다시 새로운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만약 기억에서 사라진 콘텐츠라면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뜻이겠거니 생각한다.




콘텐츠 소비의 기준 : 용기와 정직함


인생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도전도 있겠지만 매일 반복하는 것을 고치는 시도야 말로 어쩌면 가장 큰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가 콘텐츠의 소비 습관인데 '용기''정직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플랫폼에서 추천해 줬으니까, 남들은 다 좋다고 하니까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거야"라고 억지로 의미 부여를 하지 말고, 솔직하게 별로면 별로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줏대가 필요하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은 자신을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래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살짝 경험해 보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결과를 알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선택을 할 때 비로소 인생은 변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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