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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Nov 03. 2024

'막해터' 말고 '마케터'가 되기

나만의 마케팅 세계관 만들기

예전부터 '마케터'와 관련된 글을 쓸 때면 이것저것 막 해본다는 의미로 '막해터'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나의 첫 직장생활도 돌이켜보면 항상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막막한 초보 마케터였다.


진짜 마케팅을 해보고 싶었지만 진짜 마케팅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막해팅'이 제목으로 들어간 책을 발견했다. 바로 <막해팅 말고 마케팅>. 하고 있는 일의 본질과 깊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요즘인지라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마케터

'돈과 시간'이라는 화약으로 무장해 나 자신이 '인간 탄환'이 되어, 고객이라는 과녘으로 날아가는 사람


이 책은 기획 / 실무 / 데이터 파트로 목차가 구성되어 각각의 테마에 맞게 가장 기초적이고도, 가장 핵심적인, 모르면 마케터로서 저평가될 수 있는 업무를 정확히 분석한다. 마케터가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업무의 카테고리도 이 3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무척 공감이 갔다.


마케팅의 근본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고객을 데려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표현하는 것처럼 '뭉쳐 있는 문제를 하나씩, 그리고 천천히 풀어가는 사람'이다.


고객은 절대 우리를 먼저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도대체 어디에서 놀고, 어디에서 돈을 사용하고, 어디에서 브랜드를 평가하고 있는지 파헤치라고 조언한다. 



기획

'기획' 파트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정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타깃과 회사 사이의 장애물 & 환경 등을 잘 분석해 우리 제품을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만나는 과정을 '퍼널 구조'로 정의하고, 경쟁사와 관련 시장을 분석하며, ROI를 설정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할지를 구상한다.

 

*ROI : Return of Investment (투자값 대비 결과값)


이는 마케팅 실무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며, 일의 속도와 방향성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방향'에 해당한다. 마케터들은 정확한 방향 없이 속도만 내면 허구한 날 야근하고 밤을 새우는 지옥에 빠져든다. 더욱 심란한 건 그렇게 했음에도 실제로 얻어내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항상 기획을 잘 구상한 다음에 실무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뼈아프게 공감이 갔다.


실무

'실무' 파트에서는 구체적인 실무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좋았다) 어떤 내용을 담아도 마케터 각각의 업무에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업무 스타일이 다르고, 특히 마케팅은 항상 주변 환경을 고려하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상황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저자는 일을 할 때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들, 즉 '이 일은 왜 하는 것인가'에 더 집중해서 파고 들었다. 어쩌면 이때의 고민은 기획과 더 맞닿아 있을 것이다. '실무' 파트에서는 바로 실무에 적용될 수 있는 팁을 얻어가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만나든 '중심을 잃지 않는다'라는 기준으로, '누군가는 이럴 때 이렇게 업무를 처리했구나' 정도의 지식을 전달한다. 실무의 본질은 검색의 루트를 조정하고, 홍보라인을 만들며, 콘텐츠를 기획한다. 



데이터

마지막 '데이터' 파트는 요즘 시대의 마케터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이다. 모두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도대체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선별해서 봐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이 어떤 식으로 정리하고 쓰이게 되는지, 또 그 상황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모를 초보 마케터들을 위해 저자 나름대로의 총지식을 활용해 말끔히 정리해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객단가와 LTV를 분석해 고객 감동을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마케터를 '유목민'에 비유한다. 유목민들은 대체로 떠도는 삶을 살기 때문에 늘 낯선 환경과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분명 작년 4월쯤에 소 떼가 이곳을 지나갔는데, 올해는 내가 지역을 옮겨서, 아니면 기상이변으로 인해 2월 말에 뜬금없이 소 떼가 몰려올 수도 있고, 아주 안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는 미래에 완벽히 대비하지 못해 조금은 미흡하더라도 일단은 소 떼가 있는 곳을 찾아 헤매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한다. 물론 그 소떼가 내가 기대하던 소떼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내 구미에 맞는 목표물을 찾으려면 방향을 틀어 다시 새로운 위치로 옮겨야 한다. 그러니 언제든, 어떤 소 떼를 만나든 그들을 이끌 수 있도록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유목민의 능력이자 기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레퍼런스가 가득한 세상에서 좋은 아이디어 발견하기


이 책을 소개하는 카피 문구에도 적혀 있지만 막막하고 혼란한 마케팅 세계 속에서 나만의 마케팅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나만의 마케팅 세계관은 무엇일까? 내 고민의 실체는 아마 이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답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답을 찾는 과정은 기록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웃트로에서 말하는 것처럼 '관성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 마케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11월을 시작한다.


"밖에 나가서 새로운 것을 접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은 자기 세계 안에서 자기 복제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문화 체험이 당신의 콘텐츠를, 나아가 삶의 질도 향상시킬 거예요. 레퍼런스가 가득한 세상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길."
                                                                                 - <막해팅 말고 마케팅> P. 17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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