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의 사고실험> 인터뷰를 보고
"내가 하는 마케팅이나 디자인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채야 돼요. 그걸 알아채야 첫 발을 떼는 거예요."
평소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콘텐츠는 <최성운의 사고실험>이다. 기존에는 EO라는 채널에서 코너 중 1개로 발행되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독립해서 더욱 즐겨 보았다.
인터뷰이의 섭외도 인상 깊지만 그보다 더욱 감탄하며 보는 것은 인터뷰어의 질문 선정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조수용 님의 인터뷰 편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평소 인터뷰를 보고 나서 리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는 않지만 이번 인터뷰는 그만큼 인상 깊은 인사이트가 많았다.
매거진 B의 발행인 조수용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성기 시절에 중요 직책에 근무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는 이번에 <일의 감각>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일의 감각'을 이렇게 정의한다.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결정하는 감각'으로 좁혀야 한다고 말한다.
즉, 논리적인 것의 반대말이다. 논리적으로 결정해야 되는 것들은 계산해서 결정할 수 있지만, 논리가 통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직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건 같은 무게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감각이라는 건 양이 많이 늘어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양만큼 버려야 되는 아이디어가 같은 양이어야만 감각은 존재할 수 있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빼야 되는 걸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아이디어와 실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세상에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늘 넘쳐나고, 그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옥석을 가리고, 그 가려진 아이디어로 계속 진행하는 게 관건이다. 옥석을 가리는 행위와 계속 지속하는 일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고, 자꾸 아이디어만 조명해 버릇하면 안 된다. 결국 그가 아이디어라는 말을 경계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의 반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내 생각이 아니면 안 된다. 내 생각으로 출발해야만 되고, 그래야만 버틸 수 있고, 버텨야지 구현이 되는 것이다."라고 그는 강조한다.
인터뷰를 듣다 보면 그는 개인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뛰어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선입견이나 편견이나 전공에 따른 벽을 제거하고 그 사람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어떤 관점이 필요하며, 어떤 방식으로 길러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누구를 보더라도 그 사람에게 굉장히 선한 의지를 가진 엄청난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의 가능성을 보는 게 모든 기회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제일 첫 시작은 나에 대한 애정이 제일 중요하다. 나에 대해서 좀 너그러워지면 그 수치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계속 높여가는 게, 내가 나를 좀 애정 있게 바라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는 중요직책에서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고 한다. 서비스 및 브랜드적으로나, 실제로 제품 자체가 어떻게 되면 좋겠다, 전략적으로 어떤 방향성이 필요한지 등. 왜냐하면 조금 단순화해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아주 복잡한 문제가 아니게 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고, 그 과정만 조금 거치고 나면 판단이 굉장히 쉬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질을 단순화하고, 조금 더 좁혀 들어가면 엄밀히 말하면 답이 나온다. 어쩌면 답이 있는데 그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힘드니까 마치 이 답을 찾는 게 힘든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말 어려운 건 조직이기 때문에 인사(人事), 즉 사람에 대한 일이다.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평가하고, 동기부여하고, 기대치의 차이를 조정해 주는 등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해야 할 일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본질과 상식,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의 레벨까지 끌어내려 소통해야 한다. 즉, 어떠한 상황이든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말하는 습관을 보며 쉽고 정직한 언어를 사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경영자가 되기 위한 첫 시작은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이 회사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진짜 처절하게 물어볼 수 있어야 돼요. 정말 디자인이나 마케팅이 하는 역할이라는 게 뭔지를 냉정하게 인정을 하고, 그 일이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게 뭔지 파악하려고 하고 본질을 중심으로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예요.
조수용 님의 답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그의 말대로 "내가 하는 일 말고 진짜가 중요한데, 그 진짜가 뭘까?", "이 사업은 뭐 때문에 되고, 뭐 때문에 안 될까?"를 계속 고민하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무리 잘해봐야 전체가 더 나아지지 않는 지점을 파악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사고하고, 그 사고의 결과를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영자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인터뷰를 반복하며 볼수록 그는 본질에 집중하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 B를 발행하고, 또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는 소비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외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소유(소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정말 좋아하기까지만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모드를 온 앤 오프 해서 마니아처럼 나를 어떤 브랜드나 제품에 흠뻑 적셨다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봐야겠어-"라고 할 때는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얼마나 아는지랑 같은 무게감을 가진다고.
더 디테일하게 그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지가 참 중요한데, 이 부분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지를 알려면 이걸 알아야 되는구나" 생각해야 한다.
그는 인터뷰 클로징에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기다움'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나답다'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쭉 정리해 보고 애정 있게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하라고.
"나다움을 찾는다는 행동은 어떻게 드러나게 되냐면 굉장히 이타적으로 드러나요. 나 혼자 잘 되고 싶은 마음으로는 나다움이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마음이 있을 때 그때 오히려 거꾸로 나다움이 생기거든요."
매사에 타인의 시선으로 감정이입하는 데 익숙해지면 그것처럼 나 자신도 객관화할 수 있다. 나다움을 챙기고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볼 수 있는 능력과도 같다. 저 사람다움을 알아채고 좋아해 줄 수 있는 것, 그건 곧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