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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Aug 17. 2023

초보 일본 여행자의 실수 두 가지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때는 2008년(으악 15년 전 인건가!!!), JR 홋카이도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정확하게는 당첨자가 포기하는 바람에 2순위였던 내가 개이득)되는 바람에 3박 4일로 홋카이도 남부를 공/짜/로 여행했던 적이 있다.


해외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일본 여행은 처음이었어서 이런저런 실수가 좀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하코다테의 야경


#1. 질문 달달 외우기


아무래도 먹고 마시는 데에 관심이 많다보니 식당에서 필요한 일본어를 적어두고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그 중 하나가 "私たちは日本語お全然分かりませんから英語のメニューをお願いします。(우리들은 일본어를 전혀 모르니까 영어 메뉴를 부탁합니다. - 와타시다찌와 니혼고오 젠젠 와카리마셍까라 에고노 메뉴 오네가이시마스 )"였다.


이걸 얼마나 달달 외웠냐하면, 식당에 앉아서 저 긴 문장을 쉼표도 없이 줄줄줄 말할 정도였다. 너무 부드럽게 잘 말했으니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줘야 하는 게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대였다.


'어? 얘는 왜 일본어 잘 하면서 영어 메뉴판을 달라 그래?' 라고 생각한 것인지,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는 일본어 메뉴판을 가져다 주기 일쑤.


하코다테 아사이치(函館朝市)에서 삼색덮밥을 먹기 위해 길을 찾을 때, 시장 아주머니에게 지도를 들이밀며 "ここはどこですか? (여기가 어디입니까? - 고꼬와 도꼬 데스까?)"라고 질문을 하고는 바로 후회한 적도 있다.


스무스하게 물어보는 게 다가 아니다. 돌아오는 대답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엄청 디테일한 아주머니의 설명은 알아듣지 못하고 처음 손가락질한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고꼬와 도꼬 데스까?"를 연발. 대답해주시는 분들의 손가락 방향이 바뀌는 지점에서 회전. 결국 식당을 찾아서 덮밥 클리어. (이 덮밥은 지금까지 먹어본 일본 음식 중에서 당당히 TOP 3 안에 드는 덮밥이다.)


다시 홋카이도에 간다면 일단 이것부터 먹을거다! - 하코다테 아사이치의 산슈 오코노미동 (三種お好み丼)


#2. 온천의 남녀탕이 매일 바뀐다?


하지만 일본어를 잘 몰라서 벌어진 실수들 보다 더 큰 실수가 있었는데... 아,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뻘개지는 대실수.


도야코(洞爺湖 - 도야호수)에서 묵었던 곳은 온천(대욕장)이 딸린 거대한 호텔이었는데, 약간 쌀쌀한 날씨(여행 중에 첫 눈이 왔었다)에 온천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1박을 하는 동안 시간만 나면 계속 온천탕을 들락거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온천에 몸을 한 번 담그고, 밖에 나가서 술을 거하게 마시고, 자기 전에 또 온천탕에서 몸을 녹였다. 


거짓말처럼 짙푸른 도야호(洞爺湖)와 그 너머에 보이는 요테이산(羊蹄山)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새벽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만한 시간이었지만 기차를 타기 전에 다시 한 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싶어졌다. 숙취와 잠으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핑계를 붙이고 싶다;;;) 대욕장으로 향했고, 노렌(입구에 걸어두는 천으로 만든... 그거)을 걷고 탈의실 쪽으로 들어가는데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다행히 안쪽에는 '천으로 만든 그거'가 하나 더 있었고, 나와 성별이 다른 것이 분명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여행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일본 온천에서의 예절' 류의 제목을 가진 글이 떠올랐다.


- 일본 온천 중에는 매일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 곳이 있으니 입장하기 전에 남탕인지 여탕인지 확인하고 들어갈 것


아! 어제는 여기가 남탕이었지만, 오늘은 여탕이구나! 나보다 먼저 와서 수다를 떠는 저 여성분들이 아니었다면, 아니 내가 오늘 아침 최초로 입장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여탕에서 ... 으악!!!!


후다닥 뛰어 나와서 (어제는 여탕이었던) 남탕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정말이지 너무 깜짝 놀라서 지금도 온천을 가면 "남탕과 여탕이 바뀝니까? 언제 바뀝니까?"를 꼭! 물어본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오누마 공원(大沼国定公園)의 한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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