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4 - 키리시마 특급열차
평소 저의 여행은 이렇게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제 슬슬 피곤해지고 있어요. 아니 피곤합니다. 심지어 어제는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새벽 일찍 공항으로 가서,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키리시마 진구에 왔잖아요.
이제는 빨리 호텔에 가서 쉬고 싶습니다. 어서어서 가고시마로 가자!
키리시마 신궁 로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키리시마 신궁 역(霧島神宮駅)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탑니다. 창밖의 풍경은 완전한 시골입니다. 숲 속의 작은 길을 따라 달리는 버스. 가끔 건물들이 보이지만,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15분여를 달려 키리시마 신궁 역에 도착했습니다.
'키리시마 신궁'이라는 유명한 관광지에 있는 역이긴 합니다만,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역이라 그런지 규모는 아주 작아요. 그리고 이 역은 닛포본선(日豊本線)의 역인데, 특급 키리시마호(特急きりしま号)가 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고시마 츄오역(鹿児島中央駅)까지는 보통 열차로 1시간 정도, 특급 열차로 45분 정도 걸립니다.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죠?
어차피 배차 시간이 보통 열차와 특급 열차가 교차로 띄엄띄엄 있기 때문에, 어떤 열차를 탈지 선택할 수도 없어요. 그냥 먼저 오는 걸 타야 하는 배차시간입니다.
다행일까요? 제가 도착한 시간은 특급 열차가 도착하기 30분 전입니다. 그러니 특급 열차를 타고 조금 빠르게 가고시마까지 갈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탑승권도 특급 열차용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기차를 탈 때는 기본적으로 '탑승 구간'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고 탑승권을 삽니다. 이 표로는 '보통 열차'를 탈 수 있어요. 만약 특급 열차나 신칸센 같은 것을 타려고 한다면 해당 열차에 대한 탑승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열차 등급은 보통 - 쾌속 - 특급 - 신칸센으로 점점 빨라집니다.
사람이 있는 창구에서 기차표를 살 때는 직원이 알아서 모든 표를 발권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자판기로 직접 표를 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깜빡하고 특급 열차 탑승권은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뒤에, 아! 내가 타려는 게 특급 열차니까 특급열차 승차권도 사야 하는구나! 라고 깨닫고는 추가로 특급열차 승차권을 구매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보통 열차를 타는 게 아니라면 티켓은 2장이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티켓이 여러 장이더라도 개찰구에서는 한꺼번에 다 슬롯(?)에 넣어버리면 돼요.
반쯤 기울어진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게 한적한 시골 역을 비추는 시간입니다. 몸이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여유롭게 시골 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어요.
숲 속을 달리는 열차에 분위기 좋은 오후의 햇살이 드리웁니다. 승객이 별로 없어서 한적한 열차는 영화 같은 분위기가 되었어요. 따스한 이 풍경이 기분 좋습니다.
숲 속을 달리던 열차는 이제 가고시마 만을 따라 바다 옆을 달립니다. 별생각 없이 앉았던 왼쪽의 자리는 마침 바다가 보이는 방향이네요. 센간엔(仙巌園) 앞을 지날 때에는 반가운 이소해변(磯の海辺)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 멀리, 사쿠라지마(桜島)가 보입니다.
가고시마 만은, 나중에 렌터카를 빌려 한 번 돌아보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기차로 달려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