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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가고시마 최애 돈카츠는 결국 여기

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21 - 주안

by zzoos




평소에 돈카츠를 이렇게까지 즐겨 먹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가고시마에 여행을 왔으니까 제대로 먹어 보기로 합니다. 며칠 전에 먹었던 롯빠쿠테이의 돈카츠는 꽤나 자극적이고 강렬해서 '젊은이들의 돈카츠'라는 평을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먹기 편하고 맛있는 돈카츠를 먹으러 왔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에요. 지난번에 먹었을 때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알고 있죠.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주안(寿庵 )입니다. 가고시마에 3개의 지점이 있는데요. 본점이나 토카이점은 중심가에서 좀 멀리 있기 때문에 접근이 편리한 츄오역 서쪽출구점(中央駅西口店)입니다.




널찍한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주안




일단 이곳도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고 흑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취급합니다. 대표적인 건 역시 샤부샤부와 돈카츠죠. 저는 이곳의 돈카츠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더니 대기해야 하더군요. 그래도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줄이 길진 않았습니다. 로비에 있는 기계에 1명이라고 입력하고 대기표를 받고서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했습니다.




오늘은 혼자서 룸이다.




지난번엔 테이블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룸으로 안내를 해주시네요. 혼자서 룸에 있으니, 어? 이거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나마 비루 한 잔. 여행객의 호사가 아닌가.




일단 생맥주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평일 점심부터 나마 비루 한 잔.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같은 거잖아요. 지금 내 몸이 여행과 과음으로 피곤한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건 마셔야 하는 것입니다.




돈카츠 소스(가라구치, 아마구치)와 샐러스 드레싱(다이다이, 와후)




테이블 위에는 돈카츠 소스 두 종류와 샐러드드레싱 두 종류가 미리 세팅되어 있습니다. 돈카츠 소스는 카라 구치(辛口)와 아마 구치(甘口). 달지 않은 것과 단 것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이건 어떤 걸 사용해도 돈카츠의 맛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샐러드드레싱은 다이다이(だいだい) 드레싱과 와후(和風) 드레싱이 있는데요. 다이다이라는 감귤을 사용한 소스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소스만 따로 구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요쿠바리 카츠(よくばりかつ)를 주문했습니다. 새우튀김, 로스카츠, 히레카츠를 모두 먹을 수 있는 메뉴예요. 당연히 로스카츠가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왠지 새우튀김도 먹고 싶었어요. 그리고 히레카츠도 경험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깨를 먼저 갈아두고, 양배추 샐러드엔 다이다이 드레싱을 뿌려둔다.




돈카츠를 주문하면 깨가 담긴 그릇과 샐러드가 나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그거죠. 돈카츠 기다리면서 깨를 직접 갈아두는 그거. 저는 굳이 제가 직접 이걸 갈아야 하나? 싶어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나왔으니까 잘 갈아 둡니다.




요쿠바리 카츠 정식. 평범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그 편안함이 주안의 매력.




자, 드디어 요쿠바리 카츠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곳 주안의 돈카츠는 첫눈에 보기엔 너무 평범해 보이는 돈카츠입니다. 하지만 먹어보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너무 편안해요. 먹기에 아주 편안한 돈카츠입니다. 엊그제 '젊은이를 위한 돈카츠'를 먹었기 때문에 비교가 돼서 오늘은 더 편안합니다.


튀김옷도 과하지 않고, 등심의 기름도 과하지 않습니다. 고기의 질이 좋고, 기름의 고소함도 만끽할 수 있는데, 입에서도 속에서도 편안하게 받아들여주는 돈카츠입니다.


히레카츠를 먼저 먹었습니다. 맛있네요. 부드럽고 단정한 맛입니다. 하지만 가고시마 쿠로부타의 매력은 그 고소한 지방의 맛에 있거든요. 그래서 역시 로스카츠가 참맛입니다. 역시 다음엔 로스카츠를 더 많이 먹고 싶습니다. 아, 그런데 새우튀김에서 올라오는 새우의 진한 감칠맛도 놀랍네요? 흠... 이러니까 요쿠바리 카츠를 주문하는 건가요.




자칫 과해질 수 있는 지방의 고소함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주안의 돈카츠




오늘 주안의 돈카츠를 먹으면서 느꼈습니다. 아, 가고시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돈카츠는 이곳이구나. 타베로그 평점은 비록 3.48 정도로 유명한 돈카츠 집들보다는 좀 낮지만, 이 평범한 부드러움이 결국 제가 원하는 맛이었던 거죠. 아마 주안의 손님들이 주로 나이가 좀 있는 아주머니들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제가 말하는 그 '편안한 맛'이 어떤 건지 짐작하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시 가고시마를 방문한다면 새로운 돈카츠 집을 시도해 볼 겁니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엔 이곳, 주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맛의 근본을 한 번 되짚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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