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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Jul 02. 2020

나비같이 날아서 딴 소리

벤처라고 전략이 없겠냐

바다에 두둥실 떠다니는 해초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들은 '혁신의 시대에는 이런 유연함이 필요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 눈엔 그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두둥실 파도에 몸을 맡기는 해초같아 보인다.


A: 가, 나, 다의 이유로 '에라잇' 회사에 대한 투자금을 조정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됩니다.

B: 님이 그 배경을 몰라서 하는 이야긴데, 업계에 따르면 이 기술은 어쩌구저쩌구

A: 저도 그건 아는 사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나,다의 이슈는 여전히 있습니다. 우선 '가'부터 이야기해봅시다. '가'로 인해 이번 투자 이후에도 또 다시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길텐데, 그러면 어쩌실건가요? 우린 이미 2차례에 걸쳐투자했는데 또 투자하실겁니까?  언제까지 추가투자할 거라는 계획은 있나요? 

B: 실리콘밸리의 투자방식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봅니다. 우리가 이 회사에 투자를 안하면 이 회사 대표는 곤란할 질거고, 이제껏 우리가 투자한 것도 날리게 될거에요. 실리콘밸리 기업이라 나중에 M&A될수도 있어요. 

A: 다른 회사에 M&A될 수 있다고요? 그쪽 조직은 전략투자하시는 조직 아니신가요?


2시간 가까운 회의동안 A는 가, 나, 다라는 risk에 대해서 투자를 진행하는 B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코 듣지 못했고, 2시간 아니고 200년이 지나도 결코 듣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 그들은 전략이 없고, 고민도 없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크게 exit할 수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근거는 테슬라란다. A를 물어보면 나비처럼 날아서 M정도 되는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M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달라붙으면 또다시 나비처럼 날아서 S에 대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기업은 기업이다. 아무리 혁신기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혁신기업이라고 해서 상상가능한 리스크를 고민하지 않고, 저 넓고 푸르러보이는 바다를 향해 꿈만 가지고 무조건 노를 저어나가지는 않는다.  대기업들이 가진 환상중 하나는, 벤처같은 혁신기업들(난 이 말도 사실 뭔지 모르겠다. 혁신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 있나?)은 전략은 고민하지도 않고 밀어붙이며, 그러다보면 대박나더라는 것이다. 으이구...벤처라고 전략이 없겠냐! 뛰면서 고민할뿐, 고민은 한다. 자료가 화려하지 않을 수 있고, 컨설턴트나 쓸법한 멋진 말이 없을 지는 몰라도, 전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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