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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Dec 06. 2021

런던, 금요일 저녁에 뭐하지

Tate Lates

 


Tate Modern은 2000년 개관 이래 세계적인 현대 작품들을 전시해 오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터번 홀이라 불리기도 하는 테이트 모던의 건물은 옛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매일 출퇴근을 하는 프로 직장인들에게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편만 해도 재택근무를 하지만 시간 내서 평일 전시를 보러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주말에 가려니 좀 쉬고 싶은 마음과 많은 인파를 뚫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고민부터 먼저 하곤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물관을 연구해 온 지난 7년 간 박물관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방문에 대해 궁금해왔다. 즉, '왜 방문하지 않는가', 구체적으로 물으면 '한국의 박물관들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데, 왜 그런 것일까?'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인기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박물관이 잘 못하기에, 너무 콧대가 높아서 등 박물관 탓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박물관을 전세 내듯이 구경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건 단순히 박물관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평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여는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하는 건 회사원들에게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월요일/ 화요일 휴관하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물관/미술관들은 문화의 날 수요일을 만들어 야간개장을 하고, 목요일/금요일은 연장 개장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할 수 있듯이, 작은 기관에서는 재정적인 이유에서 아마도 선 듯하기 어려운 행사 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Tate Lates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미술관 이벤트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Tate Lates는 미술관을 10시까지 개장하여 관람객들이 전시도 보고, DJ의 음악도 듣고, 아티스트의 대화에도 참여하고, 맥주도 마시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무료 야간개장 행사다.


Tate Lates 행사의 메인 스테이지 이미지


2016년 10월에 시작된 Tate Modern: Uniqlo Tate Lates는 새로운 테이트 모던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유니클로와 협력하게 만들어진 이벤트다.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시작하게 된 Tate Lates는 모든 단계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옹호해 온 유니클로와의 오랜 파트너십의 시작이었다.  


Tate Lates 이벤트를 알리는 귀여운 포스터


코로나의 여파로 장기간 휴관에 들어갔다 여름부터 예약제 재개관을 하면서 회복기에 접어들었던 Tate Modern 은 10월 Tate Lates를 기점으로 다시 야간개장을 시작하였다. 10월 Tate Lates의 테마는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였다. 영국의 박물관/미술관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려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테이트 같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도 있지만, 그보다도 미술, 예술이라는 분야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는지, 참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Tate Lates와 같은 행사의 경우 8,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미술관의 전시를 보다 저렴하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미술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힘을 실어준다. 미술관이 단순히 좋은 예술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닌 사회적인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다. 


11월 마지막 주 Tate Lates의 행사를 알려주는 포스터





11월 마지막 주 행사의 테마는 지난 10월의 테마와 연결하여 기후 변화와 관련하였다. 행사에는 기후 변화에 대해 작가들의 생각은 무엇이며, 예술 활동이 보여 줄 수 있는 움직임을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는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였다. 자칫 나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겠는 주제들이 예술이라는 소재로 전환되면서 조금 더 쉽게 우리의 이해를 돕고 참여를 유도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와 11년간의 장기간의 파트너십/후원을 받으면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지원도 많아져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양혜규, Sol LeWitt Upside Down – Structure with Three Towers, Expanded 23 Times, Split in Three 2015


야간개장의 장점 중의 장점은 아마도 미술관을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전시 관람 이상으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알찬 금요일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테이트 미술관 외에도 영국의 대영박물관 (The British Museum),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도 이외 같은 행사를 매달 진행하는데 이곳으로 데이트를 가는 커플들부터 친구들과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와 즐기는 부모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박물관, 미술관이라고 하는 공간에 대한 벽을 조금 더 낮추고 보다 쉽게, 자유롭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런던 여행 중 색다른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 )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술관 방문 시 예약은 필수입니다. 특별전시를 제외하고는 다 무료 행사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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