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걱정안해. 그래, 뭐, 니가 알아서 잘하겠지. 그냥 아프지만 말고 잘 다녀와. 이럴 줄 알았음 아까 갈비먹을 걸 그랬다 그치?"
세상 쿨했던 부모님과의 인사가 끝나고, 며칠 후 나는 유럽행 비행기를 타게 됬다.
체코에서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워킹홀리데이하면 호주고 유명한만큼, 2019년 당시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갔던 한국인이 5만여명을 육박할 때 였다.(기억에 근거한 수치입니다..)
네이버에 '워킹홀'만 쳐도 호주에 대한 이야기가 엄청 쏟아졌었다.
그에 비하면 체코는 정말 인지도도 낮고,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막막한 편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치를 하면서, 또 체코 현지에 살아보면서 느낀 한국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직업 혹은 직장들은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잘 찾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는 있었다.
(정말루! 노포기!)
내가 갔던 게하중 가장 핑크핑크했던 곳 @나랜스
1. 한인 민박, 게스트하우스 스탭
프라하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 혹은 게스트하우스들이 꽤 많은데, 여기서 스탭으로 일 할 수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숙식이 해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숙식이 제공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업무가 아니기에 무급이거나 혹은 몇십만원의 급여만 받고 일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학생들 혹은 초기 정착을 위해 몇개월 스탭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프라하 한달살기를 위해서 오신 분들도 무급 스탭으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는 여행하는 분들도 여럿 만났었다.
한인 민박 스탭은 '민다'라는 여행 예약 사이트 게시판에 각종 나라/도시의 한인민박에서 구인구직글을 올린다.
(2021년 현재는 운영은 되고 있지만, 시국상 글을 거의 없는 편이다. 아래쪽에 링크 첨부해두었다.)
2. 현지 여행사
대표적인 동유럽의 관광도시다보니 한인민박 못지않게 한인 현지 여행사도 꽤 많이 있다. 가이드와 사진작가를 채용하는데, 대부분 경력직으로 채용이 많이된다.
하지만 경력이 없는 학생일지라도 의지를 가지고 자기소개서를 쓴 사람들은 면접을 통해 채용되기도 한다. 나는 흔치않은 케이스로 이 현지 여행사의 마케터로 채용이 되어서 사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한국보다 맛있는 탕수육 맛집 @나랜스
3. 한인/현지 식당
민박 다음으로 많이 구직하는 곳이 식당이다.
한인 식당도 프라하 시내에 아는 곳만 4~5곳이 있었는데, 영어를 잘한다면 시내 중심가의 현지 식당에서도 채용될 수 있다. 일단, 체코어라는 자국어가 있지만 대게 프라하 중심지는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곳이기에 영어로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인들 대부분은 영어를 할 줄 알고, 심지어 한국어를 하는 상인들도 꽤 많이 있었다. (한국 관광객의 power...!)
4. 한국인을 채용하는 회사
체코의 중심 랜드마크, 바츨라프 광장에는 아주 크게 한국어로 넥센타이어 간판이 걸려있었다. 처음엔 잘못봤나 했는데 체코에서 운영하는 한국 기업 사무실과 공장이 있다고했다.
대한항공 사무실도 있고,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관련된 회사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런 경로로 취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현지에 있는 한인 게시판을 통해 구직 글이 올라오거나, 현지 학교를 통해서도 많이 연결되는 편이다.
5. 기타 한국어 레슨
회사에 취직하는 이외의 돈 버는 방법도 있다.
바로 개인 과외! 생각보다 체코 사람들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까를(찰스) 대학교 학생들 몇 명을 만나봤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중심지 스타벅스에 가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몇몇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시간당 100코루나(약 5천원) 식으로 개인 한국어 과외를 하거나, 한국어와 체코어를 서로 가르쳐주는 언어교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주기적으로 수요가 있는게 아니라서 부수입을 버는 정도로 진행되고, 공개적인 모집이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있다. 메인 잡을 하면서 부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넓은 시장은 아니지만, 찾으면 얼마든지 체코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
어느 나라를 가도 한인 식당과 한인 마트는 꼭! 있다. 그 곳에서 정보를 많이 얻기도 하고 또 일을 할 수도 있다.
경험상 한국인들의 의지와 저력은 어느 도시불문하고 아주 아주 아주 위대했다.
한국인은 어디서든 김치를 먹고 살아야한다..!! @나랜스
체코 현지 여행사 마케터가 되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었다.
노력을 해서 얻은 결과였지만, 규모가 작은 현지 여행사에서 마케터를 채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가이드나 사진작가들을 채용하고, 한 두명 정도의 사무업무를 진행하는 코디네이터를 채용하는 편이지 회사 홍보 마케팅을 전담할 마케터를 많이 채용하지는 않는다.
나는 마케터라는 내 경력을 살리고 싶어서 미친듯이 잡 서치를 했고, 마케터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어 나에게 경력적으로 도움이 될 일자리를 선택했다.
프라하에 있는 여행사들을 리스트업하였고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잡 사이트에서 채용을 진행중인 곳을 먼저 컨택했다. 또 채용중은 아니지만 채용 이력이 있는 곳들을 찾아 컨택을 했다.
안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원을 했고, 10건이 넘는 지원 후에 내 이력서를 인상깊게 본 여행사 대표님과 연락이 닿아 마케터에 채용될 수 있었다.
체코 사무실 @나랜스
보통 현지 여행사들은 코디네이터가 예약/고객응대와 함께 전반적인 여행사 운영을 담당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는 터라 광고나 홍보에 대해서는 깊게 챙기기가 어려운 편이다.
나는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고,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여행사를 통해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SNS 홍보와 매체를 이용한 광고 등을 집행했다.
프라하 보트 관광 @나랜스
지금 돌이켜 봐도, 체코에서 마케터로 일한 경험은 꽤나 멋진 일이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일했지만 현지 업체들과도 소통해 볼 수 있었고, 여행사에서 일한 덕분에 체코에 대해서 깊게 알 수 있게되었으며, 지금 다시 프라하를 가더라도 눈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경험을 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도 전공도, 경험도 모두 달랐던 가이드님, 사진작가님들이어서 다양한 시각으로 사람들과 일해 볼 수 있었다. 옆에서 체코 가이드에 대한 야매 지식과 사진에 대한 안목도 크게 늘었다.
확실히, 새롭고도 도전적인 경험이었다.
체코 사무실에서 내려다 본 바츨라프 광장 @나랜스
추가로 말해주고 싶은 TIP!
체코 혹은 유럽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
내가 체코 워홀을 준비할 당시, 이렇게 명확하게 몇가지 방법으로 체코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정리해 둔 글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정말 워홀, 체코워홀, 체코워킹홀리데이, 유럽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검색어를 검색해가며 구글과 네이버에 관련검색으로 나온 모든 포스팅들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정리했다.
그 중에서 인상깊던 몇몇의 블로거를 친추해 체코살이를 하면서도 정보를 공유받기도 했다. (이건 현지에서 확실히 도움이 됬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나는 내가 다녀온 후, 꼭 팁들을 정리해서 같은 경험을 할 친구들에게 공유해주고 싶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팁들을 공유한다. 시국이 이래서 많은 친구들이 워홀을 못가지만 그래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