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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랜스 Jul 06. 2021

체코 현지 여행사 마케터로 일합니다. 2

체코 로동자의 하루

(* 본 내용은 과거 2019년 워킹홀리데이의 내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4. 여행사 마케터는 처음이라

한국에서 그래도 큰 IT 기업들과도 일해 보면서 커머스 마케팅에 대해 기초는 배운 마케터라 하게 되면 술술 잘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산업이 바뀌는 건 쉽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모르는 용어도 많았고, 알아야 할 비즈니스적 프로세스들도 존재했다.


또 1인 마케터가 여행사 마케팅 모두를 운용해야 하니 타겟 설정부터 컨텐츠, 영업까지 전체적으로 다시 확인하고 구축해나가야 했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바츨라프 광장으로 가는 길


현장 마케터?!

처음 한 달은 가이드님들을 따라다니며 어떻게 업무를 하시는지 관찰하며 관광(?)했다.


관광은 아주 도움이 됐다.

여행 상품과 특장점을 파악하기에는 몸소 체험하는 것 만큼 빠른 습득은 없다.


관광객들과 함께 코스를 여행하면서,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일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현장 업무였다. (이 경험은 추후 업무에 굉장히 도움이 됬다.)





체코 마케터의 하루

체코에서 나의 하루의 시작은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출근 지하철 대신 출근 트램을 잡기 위해 뛰어나간다.

체코는 물가가 저렴하지만 프라하의 거주를 위한 월세는 한국을 넘어 비싼 편이다.

또 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국인에게 집을 계약해주는 곳 또한 제한적이다.

나는 운이 좋게 회사의 가이드님이 먼저 구한 집의 룸메이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집이 트램의 종점에 위치해있었다.


그래서 출근 트램은 매우 한적히 타고 올 수는 있지만 트램을 놓치면 출근에 늦을 수도 있게 되니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트램을 타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가끔 공원을 가거나 프라하 구시가지를 구경하다가 다시 트램을 타고 퇴근하는 하루,


그게 프라하 워커의 일상이었다.




트램 출근 길, 독서하기 / 책 : 마케터의 일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출근 트램 

출근길을 좋아했던 이유는 체코의 지하철보다 칼 같이 운영되는 시간, 무엇보다 한적하며 창 밖의 산과 들, 하늘, 강, 전체적인 프라하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지옥철과는 다르게 여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으며 아침을 시작할 수도 있어서 나는 출퇴근 시간에 독서를 많이 했다.


한국에서 책 몇 권을 가져갔었는데, 그것들을 다 읽고 나서는 e-book을 대여해서 읽었다.

(체코 서적을 읽고 싶었으나 아직은 인사말밖에 할 줄 모르는 체코어 왕왕초보기에...


이런 트램 출근길이 좋아 어떤 날은 일찍 눈이 떠지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출근 날은 헐레벌떡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minit  미니 소시지빵 3개를 산다.


Vaclavske namesti(바츨라프 거리)

프라하의 중심지이자 나의 직장이 있는 곳, 바츨라프 광장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하면 Vaclavske namesti(바츨라브스케 나메스티)라는 방송을 한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방송하던 언니의 목소리와 톤이 기억난다. 마치 서울 지하철 방송에서 이번역은~사당~사당입니다. 라는 말소리가 기억에 남는 것처럼)


트램을 타고 쭉 와서 10분정도를 걷는 방법도 있지만 중간에 지하철로 환승해 지하철로 오는 방법이 있다.


블타바 강변을 보며 출근하고 싶을 때는 트램을 쭉 타고 오지만, 아침 빵을 먹고 싶을 땐 지하철을 환승한다.


서울 지하철 역에도 베이커리가 있듯이 체코에도 있다. minit

미니 소시지 3개를 사면 보통 20 코루나(약 1,000원) 정도 나오는데, 무게로 측정되기 때문에 크기가 큰 빵을 사게 되면 조금 더 나오기도 한다.


갓 구운 미니 소시지는 정말 지나칠 수 없게 매력적인 향을 풍기기에, 나는 항상 모닝빵을 사서 출근을 했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 반응 핫했던 우리회사 엘리베이터 도르레


도르레요? 저희 회사 엘리베이터입니다만..

첫 회사를 들어갔을 때 사무실은 바츨라프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아주 목 좋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사무실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사를 했는데, 이곳은 특이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도르레처럼 한쪽은 계속 올라가고 한쪽은 계속 내려가는데,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싶다면 타이밍에 맞춰 뛰어들면 된다.


고소 공포증이 있던 나는 처음에는 무서워서 제대로 타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게 놀이기구처럼 점점 익숙해지더니 나중에는 점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위험해 보인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놀랍게도 엘리베이터보다 안전한 시설이라고 한다. 사람이 끼거나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도르레가 바로 멈춰 탈출하여 계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매일 도르레를 체크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없다고 했다.


올드한 방식이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 꽤나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였다.





Dovry den! Neighbor!

옆 사무실 직원과 인사하기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바츨라프 광장 가운데 위치해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의 가로수길 같은 곳이어서 사무실이 꽤 많이 있다.


옆 사무실은 체코의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사무실이었는데, 스타트업답게 프리한 구조와 프리한 출근, 프리한 복장으로 근무를 했었다.


내가 일했던 사무실의 건물은 조금 특이했던게 복도의 한가운데에 그릇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 겸 싱크대가 있었고, 의도치 않게 우리 사무실 바로 문 앞에 위치해있어서 옆 사무실 직원들을 많이 마주쳤었다.


체코어를 잘하지 못해 처음엔 어색하게 "하..하이" 혹은 "good morning."정도로 인사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도 익숙해지는 몇 명이 있어서 체코어로 인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물론 대단하게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가끔 "오늘 날씨 너무 좋지 않아?", "너 셔츠 이쁘다."라는 기본적인 칭찬과 인사는 하게 되었다.


가끔씩 지나치면서 보이는 그들의 사무실에는 빈백이 놓여있고, 중앙에 파티 테이블도 있는 걸 보면서 유럽의 스타트업은 이런 분위기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아쉽게도 옆 사무실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매번 깔끔한 정장을 입고 개수대에서 컵을 씻을 때마다 인사해주던 그들(프랭크? 제임스?)과 좀 더 친해질 걸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다.




정신없이 업무 하고, 점심 먹고, 다시 업무 하면 어느덧 퇴근시간이 된다.

어디나 그렇듯 퇴근 시간의 교통은 항상 사람이 많다.(물론 지옥철의 반의 반의 반 정도이지만..)


겨울철 유럽은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빠른 귀가가 답이다. 어디 놀러 가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서머타임이 적용된 날부터는 집에 일찍 들어가기가 너무 아깝다. 밤 10시까지 해가지지 않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들어간다. 물론 일하다 보니 매일은 그렇게 못하고 가끔씩 그랬다.


체코에 살면, 매일이 여행일 줄 알았는데 일하는 로동자는 언제나 피곤하다.


하지만 맥주가 저렴하기에 집에 가서 퇴근 후 룸메이트와 먹는 맥주와 간식은 꿀맛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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