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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Oct 26. 2023

구름 위를 걷듯 사뿐하게

무거운 걸 들었는데, 몸의 움직임은 가벼워졌어요

기차역으로 향한다. 계단이 보이고, 옆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무표정한 사람들을 유유히 나르고 있다. 과감하게 계단 앞에 선다. 아무 노력 없이도 목적지까지 움직여주는 에스컬레이터를 거부한다. 한 계단, 한 계단 발을 디딘다. 몇 계단을 올랐을까. 숨이 차오른다. 거친 심장의 박동소리. 얼굴이 붉어지려 한다. 도착. 그제야 휴~ 큰 숨을 내쉰다. 다 올랐다. 마치 산 정상에 힘들게 오른 사람처럼 ‘야호!’라도 외치고 싶다. 


헬스를 시작하고부터 ‘계단’은 나의 테스트 무대이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복근은 약간 긴장하고, 허리는 꼿꼿하게, 올라가는 속도를 올리면 엉덩이까지 뻐근해진다. 오롯이 그동안의 운동의 성과를 느낄 수 있는 기회. 심장 박동은 덤이다. 헬스를 하는 년 수가 더해갈수록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터벅터벅, 쿵쿵 거리는 둔탁한 발디딤. 발바닥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는지, 걷다 보면 신발 뒤창 중에서도 오른편이 바닥과의 마찰로 마모되어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 마모가 심해지면 신발을 교체하고, 당연한 듯 신발 탓만 했다. ‘에이, 뭐 이리 밑창이 약해!’ 


구름 위를 사뿐사뿐하게 걸어가듯,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허벅지는 단단해지고, 엉덩이는 조금 더 탄탄해졌다. 등에도 약간 근육이 붙었는지 가슴도 펴진다. 이토록 가벼운 발걸음이라니! 무거운 쇠를 들어 올리며 운동하는 몸은 제법 무거워졌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움직임은 가벼워진다. 아마도 힘의 분배 때문이리라. 신발 밑창은 죄가 없었다. 나의 신발 수명은 1년을 훨씬 넘기고 있다. 2년, 3년 언제까지나 밑창은 그대로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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