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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Jun 25. 2018

레트로에 빠진 사람들

꺼지지 않는 레트로 붐


retrospect : 회상, 회고, 추억, 회구

retro : 복고 취미, 복고풍 / 뒤로 끌기 / 복고풍의

retro- : 뒤로, 다시, 거꾸로 등의 뜻을 나타냄


2018년 현재 여전히 레트로의 열기는 뜨겁습니다. 패션, 음악,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년층 뿐만 아니라 20대도 '레트로 감성'을 찾고 있는데요. 레트로 유행이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해요.


A. 2007년 세게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삶이 힘들어진 사람들이 '거꾸로, 다시, 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레트로를 쫓게 된다는 설.

B.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든 시대에 남들과 다른 개성을 표출하고 싶어 지난 유행을 되짚으며 시작이 됐다는 설.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순 없으나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는 레트로의 유행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아요.

현재 레트로 열풍을 증명할 수 있는 여러 장르들을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





01. 콘텐츠



복고 드라마의 대표작품 <응답하라 시리즈(1997, 1994, 1988)>


아직 케이블 드라마가 지지받기 전일 때 흥행에 성공하여 뉴 케드(새로운 케이블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죠. 기존에 옛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경우 역사적 사실이 스토리의 주된 줄기였는데 '응답하라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그 시대의 실생활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내 부모님의, 삼촌의, 친한 언니 오빠의 살아온 시대를 엿보는 느낌이 들어 친숙하게 느껴지는데요. 이 점은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과 그 시대를 접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감성을 자극하게 됩니다.



복고 대표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서 기획하여 90년대 가수들을 모아 공연한 프로젝트입니다. 시즌 2,3에는 당대 가요계 두 산맥인 젝스키스와 H.O.T가 각각 출연하여 큰 화제가 되었죠. 이를 계기로 젝스키스는 재결합을 하여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 시대 그들에게 열광하던 당시 소녀들은 돌아온 '오빠'들에 의해 그때의 뜨거운 감성이 돌아오게 되었죠.




02. 영화



응답하라 1997과 같은 해에 나온 영화 <건축학개론>입니다.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먼저 레트로 붐에 힘을 실은 작품이에요. 첫사랑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김광석의 노래를 더해 마음을 아주 꾹꾹 눌러댔는데요. 이 영화는 옛 가요의 부활을 야기합니다.



<건축학개론>의 성공에 후광을 받고자 개봉한듯한 영화 <쎄시봉> 한국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윤형주와 송창식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이 배경입니다. 이 영화 역시 레트로 열풍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3. 턴테이블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LP와 턴테이블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나만의 감성인 줄 알았는데 너도 사고, 쟤도 사고, 친구의 친구도 사고 알고 보니 조용히 흐르던 유행의 흐름이더라."


깔끔한 음질의 CD가 나오면서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갔던 턴테이블, Vynil 시장. 하지만 다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조용히, 아주 빠르게. 음악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돌아온 것이죠.

턴테이블의 장점은 시각, 촉각, 청각을 만족시킨다는 것입니다. 예쁘게 생긴 턴테이블, 재생시킬 때 음반과 바늘이 닿는 촉각, 약간의 소음이 섞인 듯한 소리. 깔끔하지 못한 음색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점에 더 레트로적인 매력을 느껴 턴테이블을 선택합니다.

턴테이블에 올릴 LP판을 고르는 재미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레코드샵에 들어가 원하는 음반을 직접 찾으며 구매할 음반을 신중하게 고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피도 가격도 대량 구매하기엔 무리가 있거든요.) 이렇게 LP는 스트리밍이 대세인 요즘 쉽게 들을 수 없는 대신 희소성이 있다는 장점으로 자신만의 감성을 갖추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취향저격 탕탕이입니다.




04. 사진



사진 복고 열풍은 핸드폰 어플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Gudak> 사진 어플!

구닥은 '구닥다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일회용 카메라를 콘셉트로 잡고 실제로 기능을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요즘 시대에 큰 불편요소인 '기다림'을 미화시켰습니다. 일회용 카메라는 사진관에 현상을 맡기고 며칠 뒤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는 즐거움이 있었죠. 그 기다림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구닥 어플은 사진을 찍으면 3일 뒤에 확인할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당연히 찍은 사진은 바로 확인 불가하죠. 필름 수도 한 번에 24장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만일 이 필름을 다 쓸 경우 자정이 되어야 새로운 롤(24개의 필름)이 생깁니다.

이 어플은 유료 어플입니다. 과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람들이 어플을 구매할까요?

작년 기준 16개국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전체 카테고리 1위, 34개국 사진 및 비디오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제 '기다림'은 돈으로 사서 쓸 만큼 갖고 싶은 여유인 듯합니다.



사진 어플에 레트로가 있다면 비디오에도 있습니다. 바로 <Camcorder> 어플입니다.

흑백에 일부러 지지직거리는 효과를 넣은 캠코더 어플인데 날짜와 시간이 찍히는 것이 예전 학예회에 부모님이 찍어주시는 영상이 생각나게 하네요. 어릴 적 봤을법한 영상을 연출해주는 어플입니다.




05. 패션



패션에도 빅 로고, 나팔바지 등 90년대 복고 코드가 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FILA'의 부활이에요. 90년대 FILA는 일명 '메이커'였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르카프, 퓨마 등과 같이 사람들이 찾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때 FILA가 내세운 콘셉은 '복고'입니다. 레트로적인 디자인으로 재구성한 제품들에 사람들은 FILA를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투박하고 못생긴 운동화를 신고 FILA 로고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입습니다.




06. 공연



레트로 뮤지컬의 대표는 <젊음의 행진>입니다. 80년대 인기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배경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인데요. 90년대 사랑받은 만화 '영심이'의 주인공 영심이가 서른세 살이 된 이야기입니다.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보랏빛 향기' 등 8-90년대 가요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레트로 붐이 시작된 2007년 초연을 올려 올해 2018년까지 벌써 12년째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레트로가 지금까지 얼마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꺼질 줄 모르는 레트로 붐. 그 원인이 현실도피이든, 개성추구이든 그 감성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현대에 맞춰진 레트로 감성은 더욱 세분화되고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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