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 갈 때마다 로또를 몇 장씩 사곤 하는데
아직 5등조차 당첨된 적이 없다..ㅜ
로또를 사는 것을 확률적으로 무조건 손해 보는 투자라는 이유로
로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100을 투자했을 때 적어도 10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복권을 사는 행위의 기대 수익은 100에 한참 못 미칠뿐더러 설령 800만 분의 1의 확률로 1등에 당첨되더라도 정부에서 세금을 어마하게 떼 간다.
아마 로또를 사는 사람들도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기회의 구매'라고 생각한다.
자산 가치는 계속 상승하는데 월급은 얼마 되지 않고
월급을 안 쓰고 모두 모아도 10년 20년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든 현실에서
로또는 그러한 기회 자체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이미 부자이거나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면 자신의 꿈을 이룰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로또를 잘 사지 않는다.
지금처럼 인생을 살면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전혀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산다.
로또 1등 당첨자들을 보면 보통 가난하거나 평범한 서민이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보통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어차피 이대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라는 생각에
'비합리적인' 로또를 꾸준히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로또의 낮은 기회 수익 + 부자가 되는 기회 제공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사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로또 외엔 '어차피'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점점 이런 계층 간 이동이 힘들어 짐에 따라 로또의 기회 프리미엄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회에서 부자가 될 다른 기회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계층 간 이동이 빠르고 유연한데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진 것은 사회적으로 절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요즘 한국 사회가 매우 걱정이 된다.
왠지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로또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