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플로깅에서 주운 해양 폐부표로 담배꽁초 휴지통을 만들어요!
"길거리에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 나쁜거 같아요 선생님!"
2020년, 지구별키즈가 처음 활동을 시작하며 플로깅을 할 때 7살 남자 아이가 화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처음 플로깅 활동에 참여해서 신나있던 아이가 수백개의 담배꽁초를 줍다가 터져 나온 이야기였다.
"왜 사람들은 담배꽁초를 이렇게 아무데나 버릴까?" 그 아이의 말에 동의를 하지는 못하고 그저 이렇게 되물어 보았다.
작년 여름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한 바다의 시작이라는 담배꽁초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에 우리단체(작은것이 아름답다) 역시 협력단체로 참여했다. 환경부 추정으로 하루에 0.7톤의 담배꽁초가 바다로 들어갈거라 한다. 제주시내만 보더라도 여기저기 빗물받이 통에는 담배꽁초가 마치 무채김치 버무려진듯 쌓여있는 곳들이 많다. 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한 캠페인 '안녕제주 캠페인(바다의시작)'은 빗물받이 통 속의 담배꽁초를 청소하고 그 주변에 바다의 상징 그림을 그림으로서 이곳이 바다의 시작임을 표시한다. 이곳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담배꽁초속의 플라스틱 성분의 필터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옴을 알리고자 하는 캠페인이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여름 1회의 활동으로 마무리가 됨이 아쉬워서 제주 어린이 환경캠페인단 '지구별키즈'의 활동으로 연결시켰다.
지구별키즈와 함께 플로깅을 할 때 가장 많이 줍게 되는 것이 바로 담배꽁다. 길거리건 해변이건 마찬가지다.
자원봉사센터의 바다의 시작 캠페인을 이어 받아 제주시 중앙로에서 길거리 플로깅과 빗물받이 통 청소를 했다.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지구별키즈가 빗물받이 통을 걷어내고 그 안에 꽁초를 줍거나 양이 너무 많은 경우는 빗자루로 쓸어담아야 했다. 그리고 나서 빗물받이통 주변에 둘러 앉아 기대반 걱정반으로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이곳이 바다의 시작임을 알렸다. 다음 날 아이들 대신 모니터링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나는 바다의시작 캠페인 문구 위에 수북한 담배꽁초들을 보며 마음이 씁쓸했다.
아이들의 노력이 좀 더 효과적인 힘을 내려면 어떻게 캠페인을 수정해야 할까?
강력한 법 규제를 통해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시일이 걸리고 또 그런 강력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합의 역시 우리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캠페인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 겨울 제주의 바닷가에 검고 둥근 많은 부표들이 떠밀려왔다.
써진 글자를 보면 중국에서 밀려온 듯하다.
2021년 한해동안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2만톤이 넘는다
섬들이 많은 전남과 경남지역은 더 많은 해양쓰레기가 수거된다고 하니 해양쓰레기는 수거도 문제지만 처리역시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 통계로 12%의 유리와 유목 그리고 50%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이 가운데 60~70%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폐기물업체 대표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하더라도 플로깅을 해보면 우리가 줍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부분이 꽤 쓸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제주에서는 처리할 시설이 없어서 모두 육지로 보내진다. 그리고 상당량이 다시 매립된다고 한다. 염분이 묻은 폐기물은 탈염시설이 필요한데 대규모 탈염시설은 주민들 반대로 들어서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라도 재활용을 하자 마음먹었다.
1. 많은 화학적 공정은 탄소배출및 오염물질 배출에도 관계하므로 약간의 물리적인 변형을 하자
2. 화학적 공정으로 다양한 재활용이 가능한 깨끗한 것들보다 폐기될만한 것들을 다루자.
3. 다시 버려질 이쁜 쓰레기가 아닌 생활에 꼭 필요한, 혹은 공공의 쓰임새가 있는 것들을 만들자.
우리는 담배꽁초 휴지통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작에서 끝내지 말고 캠페인을 통해 내용을 알리고 매주 수거량을 모니터링하여 공유하자.
바다에서 온 부표 휴지통, 바다로 가는 담배꽁초 쓰레기를 줄이자!
왜? 하필 담배꽁초 휴지통인가?
제주에는 거리에 휴지통이 없다. 휴지통이 없는 제주는 그래서 휴지가 없냐하면, 오히려 사방이 휴지통이 되어버렸다. 바다플로깅에서만이 아니라 길거리 플로깅을 해보면 거리마다 작은 풀밭들 거리가로수 등 작은 수풀공간에는 여지없이 쓰레기들이 있다. 휴지통이 없으니 휴지는 사방에 널려졌다. 휴지통을 만들자는 제안을 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휴지통을 만들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휴지통을 놓으면 그 주변이 쓰레기장이 된다' 였다. 그렇다고 사방을 휴지통으로 만들어선 안되지 않나? 제주의 거리는 담배꽁초로 몸살을 앓는다.담배는 기호품이다. 음주나 흡연이나 몸에 좋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면서 몸에 좋은 것들만 하고 살 순 없는 노릇이다. 그 것들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들에 의지하는 많은 사람들을 모두 비난할 수는 없다. 버리지말라고만 할것이 아니라 깨끗이 버릴 만한 곳, 그들의 흡연의 마무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비흡연자인 우리가 진행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흡연자들이 주체가 되는 캠페인이 되도록 해보자!
아! 바다에서 온 쓰레기가 바다로 가는 쓰레기를 잡아주는거군요!
작년 가을 간단한 표본이 만들어지고 인스타에 포스팅을 해서 알렸을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제주시 문화도시 센터장님은 KT&G에 제안서를 써보라고도 하셨다. KT&G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시민활동가들과 예술가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4월 3일, 지구별키즈와 시민활동가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담배꽁초수거 및 모니터링에 인적 도움을 주겠다는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특별자치도(환경정책과)의 지원도 받는다.
지원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환경문제를 풀어가려는 시민들의 활동에 지자체의 힘을 싣는다는 큰 의미가 있다. 금속공예가와 설치미술과 그림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기본 구상이 있지만 참여자들의 아이디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바다에서 온 재떨이(가제: 이름역시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갈 예정)', 해변에서 부표로 만들어진 예쁜 담배꽁초 휴지통을 보면 반갑게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해양쓰레기 역시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
더이상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것.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우리 시민들이 재능과 시간, 무엇보다 함께라는 마음을 모으고 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