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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는 고마웠어 Dec 15. 2018

[공사 시작 34일째] 술가게의 법적 탄생

- 11년차 회사원의 술가게 창업기 (2018. 11. 19.)

"은하야, 우리 술가게는 법인으로 하자. 개인사업자가 간단하긴 한데, 나는 법인을 세우면 좋겠어."

"법인을 세우려면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아무래도 등기도 해야하고, 매출이 많지도 않을텐데 복식 부기도 하는 불편함은 있겠지. 회계사 비용이 적지는 않지만, 너나 나나 돈에 촉이 서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게 나을 수도 있어."

"그렇겠네, 또 법인으로 해서 우리가 지분을 나누면 그 지분 관계가 명확해진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폼 나자나. 그리고 우리 술가게 잘 해서 프랜차이즈도 하려면 폼이 중요하지 ㅎㅎ”

"좋아요 언니"


오늘은 둘 다 야근 후 만난 미팅. 약간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각종 창업지원 사이트를 돌아다닌다.  사업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 나 개인 스스로가 조직이 된다면 개인사업자, 나와 분리된 조직을 만드려면 법인 설립 절차가 필요하다. 법인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해서 주식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등이 있다. 


"유한책임회사와 주식회사 두 가지가 젤 유력해보이는데?"

"뭐가 다른건데?"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자본을 내서 법인을 세우고, 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업무를 집행하는거래. 일반적인 업무는 대표이사가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정관에 따라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해야 하고."  

"주식회사는 많이 들어봤는데, 유한책임회사는 처음 들어봐. 그게 뭐지?"

"유한책임회사는 '사원'이라는 게 있는데, 주식회사의 주주같은 건가봐. 사원들이 자본을 내서 법인을 세운대. 그리고 사원 또는 비사원 업무집행자가 업무를 집행하는거래. 장점은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같은 의사 결정의 형식적인 조건이 적다는 거. 사원들이 협의하여 업무를 진행하면 다 된다는데?" 


이론적으로는 우리와 같은 작은 조직은 유한책임회사가 적합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태희 언니와 내가 협의하여 업무를 진행하면, 별도의 형식적 요건 없이 그 진행이 법적으로 유효하기 때문. 


"언니, 그런데 유한책임회사가 등기 신청에 돈이 더 많이 들어."

그렇다, 이것이 유한책임회사의 문제. 법인 등기 진행이나 또는 회계 처리를 할 때, 그 실무를 처리해주는 업체들이 유한책임회사에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업무 처리가 매끄럽지 않을 염려가 있고, 수수료도 더 비싸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태희 언니와 나는 약간의 수고를 더한다는 셈 치고, 주식회사를 세우기로 하였다. 둘이 만나면 주주총회이기도 하고 이사회가 되기도 하며, 둘이 맘이 맞으면 만장일치가 되니, 서류 작업을 조금 더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것.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는데, 우리 특별한 거 있을까?"

"스타트업의 로망, 옵션을 줄 수 있는 조항을 넣자. 좋은 직원을 만나면 옵션을 제시하는거지 ㅎㅎ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지분을 넘기고 싶어지면 2/3 지분 동의가 있어야 하는걸로 하자. 그리고 또 뭐가 있어야 하나... 우리가 지분이 반반이니까, 의사 합의가 안되는 경우에 어떻 해결할지도 포함시킬까?"

"아, 데드락 조항 말하는거구나. 그건 정관이 아니라 우리가 따로 계약서를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런가? 그럼 담번에 술 한잔 하고 쓰지 뭐."


다음날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넣고, 잔고 증명서를 떼었다. 그리고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준비하여 등기 신청서를 준비하니 준비 끝.


100원짜리 주식 1만개로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연장자이신 태희 언니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한 달 와인 1병 조건으로 친구를 감사로 초빙(우리 술가게 같은 규모에서 감사는 필수는 아니다). 


이제 우리 옥상 술가게는 어엿한 자기 도장도 있는 법적 인격체로 태어났다. 


[공사 진행 상황 -- 형체를 갖추어 가는 바, 청고 벽돌, 회색 창틀과 나무 문틀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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