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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kim Jul 16. 2019

시장을 이해하는 방법

돈의 흐름을 좇는 법

어떤 산업이든 해당 산업이 가진 고유특성이 존재한다. 업계에 오래 머문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이나 통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조건으로서 존재하는 업계의 고유특성 말이다. 사실 업계경력이 길다는 것은 대체로 많은 경우에 업계의 ‘구전설화’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지 그 자체로 산업이해도를 담보하진 않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실제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믿음들을 정리해보고 그 믿음들의 구체적인 근거들을 가장 기본적인 수준까지 확인해보라. 그 믿음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작용하는 조건들로 존재하는가? 많은 믿음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집단수준으로 공유·활용되는 순간 날카로운 부분이 깎여나가고 대중이 받아들이기 용이한 형태로 재가공 된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가진 파괴적인 속성은 표준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버거운 것이다. 이말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때 쯤엔 이미 혁신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나 또한 이같은 통념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업계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땅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점을 미리 고백한다. 대단한 비법은 아니지만 내 나름 경험으로 얻은 것이니 거칠게나마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전망대에서 보기


시장을 넓게 본다는 의미는 구조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각각의 서비스나 비즈니스들은 고유한 특질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지만 보다 높은 층위에서는 결국 나름의 보편적 문법을 공유한다. 때문에 아무리 복잡한 업계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업계에 존재하는 비즈니스모델들을 목록화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목록화가 별게 아니다. 이 업계에서 돈이 벌리는 구조들을 목록화해보라는 의미일 뿐이다. 각각의 모델들은 각각 나름의 이유로 돈을 번다. 종종 이 ‘이유’들이 양태만 다를 뿐 뿌리는 같은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질적으로 명백히 구분되는 형태로 존재한다.    


2 현미경으로 보기


큰 시야에서 업계를 조망했다면 그 다음은 좁게 보는 것이다. 업계에 존재하는 돈버는 방정식 몇 개를 추린 후 그 방정식이 작용하는데 핵심이 되는 원인들을 파악해야한다. 이 요인들이 어떤 조합 안에서 작동하는 지, 고객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여러 형태의 사고실험이 필요하다. 
만약 영양제가 인적판매 (다단계, 전문소매점)를 통해 주로 팔리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왜 인적판매를 더 선호하는지, 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지, 비인적 판매는 어떤 이유로 꺼려하는지로 질문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눈여겨 볼 것은 무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객관적 가치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지이다. 이 속성을 부르는 방식은 다양할텐데, 나는 그냥 이를 일컬어 ‘프리미엄 포인트’라 부르겠다. 프리미엄 포인트는 시장의 지향과 내기물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특성을 드러낸다. 


프리미엄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말은 비싸도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프리미엄 포인트가 생길까 1) 플레이어중 누군가가 시장으로부터 배타적 강점을 인정받았을 때 2) 소비자들의 우려요인을 제공자가 해결해줄 때. 크게 이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배타적 강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업체가 산업 하에서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 이 강점은 획득하기도 어렵고 획득한다 하더라고 이 결과가 규모의 경제나 표준화에 의한 비용혁신의 후행지표로서 등장한다. 때문에 시장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시장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은 산업내 고객들의 우려요인이다. 무엇이 우려 돼서 돈까지 더 내는 걸까를 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영양제 구매의 대부분이 인적판매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인적판매를 원하는 이유나 비인적 판매를 꺼려하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만약 인적판매를 원하는 이유가 영양제 선택에 대한 정보를 대리인을 통해 얻고자 함이라면 왜 제3자의 조력이 필요한지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양제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일이 수고로워서 일수 도 있고 그 정보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서 일수도 있다. 정보의 질을 검증·평가하는데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그 전문성을 획득하는데 들여야하는 에너지와 시간은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다. 


영양제 산업의 프리미엄 포인트는 바로 이 수고로움과 어려움에 대한 수고비라 볼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수고로움과 어려움의 진짜 얼굴은 결정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제로 업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뉴트리코어의 비인적판매채널임에도 불구하고 “효과 없으면 100% 환불”을 통해 비인적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고 프리미엄포인트를 획득했다.
필리는 인터넷문진서비스와 상품을 결합하여 대면을 통한 상담과정을 자동화하였다. 
종근당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염가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1회당 실패비용을 줄여 구매선택이 보다 자유롭게 발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위클리랩은 한달분량이 표준이던 시장에 일주일분량의 제품을 내놓았다. 즉 고객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 감수해야하는 경제적/심리적 리스크를 한달에서 일주일로 단축해 체감리스크를 줄였다. 
오한진 프리바이오틱스는 의사의 전문가적 권위로 결정실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GRN은 다이어트와 이미지적으로 결합시키기에 적합한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신뢰문제를 해소시켰다. 
업계에서 남들보다 좀 더 버는 업계들은 소비자의 구매실패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준 댓가로 돈을 벌어내고 있는 것이다. 


3 결론


결국 돈이 흐르는 방향만큼 시장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대체로 시장에서 번 돈은 기업이 소비자로 하여금 장점을 납득 시켜 얻는 것이기보다는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해주고 얻는 수고비 명목의 보상이다. 각각의 돈 버는 기업들이 돈을 얻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소비자가 갖고 있는 불편과 근본욕구가 드러난다. 그것이야 말로 시장의 본질이고 돈이 흐르는 방향성이다. 이 변화의 흐름을 쫒으려 노력하는 것 외에 시장을 이해하는 뾰족한 수는 없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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