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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디타 Oct 28. 2021

나는 내가 힘든줄 몰랐어

요즘 힘든거 없어?

유난히 요즘따라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하다.

특별한 일도 마땅히 없고, 어려운 일도 없었는데...


아버지와 통화 중에

아버지가 '우리 딸 요새 힘들어?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라는 말씀에

잇따라 나는 냉큼 '응... 아니 요새 이유없이 힘들어 왜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답답해'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 내 마음을 하소연하였다.

나의 하루는 혼자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일은 아주 귀한 시간이다.

그런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답답함을 아버지에게 호소하게 되었는데...

내가 그리 답답한 건지 말을 꺼내고서야 한 번 더 알게 되었다.

(명상을 지속해도, 나이 경험치가 적은 나로썬 마음을 고요해지언정 지혜는 경험을 바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잇따라 아버지는 딸 걱정에,

'은지야 ~하지말고, ~하고 ... 알겠지?' 라며 조언을 그냥 '있는 그대로'들으면

될 것을 내 주관을 이래저래 붙여가니 짜증50에서 짜증100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더 나아가면 '아빠 이제 그만 잔소리해..'라고 말이 입밖으로 나올 것만 같아

그 말을 뒤로한채, 얼른 전화를 끊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답답함, 짜증, 화라는 감정은 최근들어 나에게 심어진 화두 중 매우 난이도가 높았다.

대부분 금방 원인을 알기 마련인데, 뚜렷한 이유를 모르기때문에 상당히 답답했기 때문이다.

안되겠다 싶어, 찻자리에 자리 잡고 명상에 온 마음을 쏟아내었다.

웬걸... 몇 분이나 되었을까

눈물이 왈칵나는데, 아버지의 음성이 다시 둥둥 귀 속을 맴돌았다 '우리 딸 요새 힘들어?'

근데 아이러니 한 것은, 눈물이 나는 와중에 왜 눈물이 나지라고 의아했다.

처음엔 '나 안힘든데? 나 괜찮은데?'라는 말들이 올라오곤 했는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참 아리송했다. 계속 명상을 이어가질 못하겠어서 그만 두고 

차를 마셔가며 호흡을 정리해나가는데, 


'힘들다고해도 괜찮아','힘들면 힘들다고 해' 라는 내 말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그 후 물풍선을 톡 터트린것마냥 차오른 눈물들을 왈칵 다 쏟아내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요새 어떻게 지내?' 라고 물으며 

나는 '요새 너무 잘 지내지! 좋아!'라는 등 대답이 전부였다.

나는 정말 내가 잘지내는 줄 알았다. 아니 잘지내긴 했다. 

근데 기쁨을 느끼는 것은 허용했지만, 힘듦을 느끼는 것을 거부했고, 회피하고 저항했다.

내게 '힘들지 않아'라는 말이 꼭 '힘들면 안 돼'라는 말처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이 독립하고, 그 이후에도 항상 누군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혼자,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라는 마인드를 스스로에게 심어두어야만 했다.

나를 강인하고 단단하게 다져줬다고 생각했는데, 

뭘하든 이정도쯤이야 은지는 이런 거 안힘들어해. 라는 오해와 착각으로 가득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고

누군가에게 때론 기대어도 괜찮고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고 해도 괜찮다.


그러나, 힘듦을 인정할 때 내 인생이 힘듦처럼 보일까, 그렇게 정말 되어버릴까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마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난 괜찮다고 하며 쌓아둔 마음의 탑들이 와르르 무너진다.

근데 실상 감정과 상황을 수용하고, 그대로 껴앉게 된다면 그 감정과 상황은 소멸에 이른다.


모든 것을 일어나고 사라진다. 고정된 것은 없고, 삶은 무상의 연속일 뿐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 붓다 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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