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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Apr 01. 2022

돈을 너무 아끼면 오히려 가난해진다

넷플릭스 결제 한 번 하기 힘드네 그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에서 내가 사랑하는 공유가 나온다. 더 사랑하는 이정재까지 나오지만 고민이 되었다. 내용이 잔인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무섭고 잔인한 영상을 보면 꿈에 그대로 나온다. 아기를 낳고 나이를 먹을수록 무서운 게 많아지는 것 같다ㅠ. 그래도 전세계 1위라는 드라마를 안 보고 지나치기 아쉬웠다. 심사숙고 해서 덜 무서운 낮에만 보았고,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고 이정재는 잘생겼다. 안 봤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 집은 3사 방송만 겨우 나온다. 그래서 재밌는 드라마는 다운로드 받아서 보곤 한다. 그런데 요즘, 티비가 말썽이었다. 오래된 티비라 최신 코덱은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더 오래되어서 다운 받는 예상시간이 3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노트북도 마찬가지. 이제 수명이 거의 다 해서 충전기를 꼽은 채로 살아야 한다. 충전기 빼면 바로 꺼진다. 5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켜질 때도 있고 오류 떴다고 지 맘대로 꺼질 때도 있다. 음....게다가 다운로드는 불법이다. 남편은 그렇게 보고 싶은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tv로 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남편은 tv와 노트북을 연결하는 단자를 알아보았다. 요즘 같으면 스마트폰 미러링 같은 거다. 노트북과 티비를 연결해서 오징어게임을 보시겠다고라? 오래된 무거운 노트북에 영상을 다운 받아 충전기 바리바리 싸서 tv 앞에 두고, 또 오래된 tv에 연결하려면 연결 단자가 필요하다. 연결선은 가격이 싸겠지만 배송료가 붙는다. 배송받는데 빨라도 이틀은 걸린다. 지금 당장 볼 수 없다. 


남편이 이렇게 저렇게 ‘오징어 게임’을 볼 방법을 연구했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슬슬 짜증이 났다.


“그냥 결제해서 봐. 내가 결제해 줄게. 만원이면 지금 당장 좋은 화질로 티비로 볼 수 있잖아?”


그래도 남편은 돈을 아끼기 위해 두어 시간 더 씨름했다. 보다 못한 나는 소리질렀다.


“내가 결제해 줄게 제발 그냥 편하게 봐. 아니면 그냥 보지 말던가. 결제해서 만원 쓰나 연결선 사나 그 돈이 그 돈이여. 당신이 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골프를 치는 것도 아니고. 한 달 만원짜리 문화생활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언제 다운 받고 연결해서 보겠다는 거야? 아기 낮잠 금방 깨는데.”



돈 아낄 생각만 하면 그에 따른 시간이나 노력은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날이 그랬다. 만원을 써서 다운 받는 10분을 절약할 수 있다면. 10분x30일이면 300분. 한달에 5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최저임금 한 시간에 만원 정도임을 생각하면 만원을 쓰고 5시간을 이득 보는데 이건 낭비가 아니지 않은가?


남편이 짠돌이라 좋은 점이 많지만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다. 시간에 관한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물건 살 때 몇 분 찾아보다 머리 아파지면 그냥 대충 구매한다. 남편은 밤을 새워 비교해서 가장 싼 곳에서 구매를 한다. 예를 들어 평균 15000원짜리 물건을 14800원에 산다. 분명 절약한 거지만 200원 아끼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면 그게 과연 절약일까....



두 시간이 지나 결국 넷플릭스를 결제했다. 리모컨으로 잠깐 까딱거려 10초 만에 오징어 게임을 틀었다. 역시 드라마는 재밌고 이정재는 잘생겼다. 남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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