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편향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편향을 줄인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정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행동 과학을 활용해 편향을 줄이면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모든 편향이 정책 실패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정책 실패가 편향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책 실패가 발생하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1. 완전히 합리적이고 편향 없는 과정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정책 결정자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이를 세부 과제로 나눠 치밀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명한 ‘폴 택스(Poll Tax)’ 사건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매우 논리적이고 우아한 설계를 내놓았으나 결과적으로 정책은 큰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이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은 정치적인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이 세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했지만, 계획된 이행 기간 없이 급격하게 도입해 대중의 저항을 불러왔습니다. 이 사례는 표준적인 정책 개발 과정*(예: 캐비닛 위원회, 그린/화이트 페이퍼 과정)을 따른다고 해서 정치적, 물류적 요소들이 충분히 고려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 캐비닛 위원회(Cabinet Committees): 영국 정부의 고위 공무원과 내각 구성원이 특정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위원회
* 그린 페이퍼(Green Paper): 정책 제안 초안이 담긴 논의 문서로, 정부가 일반 대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제안을 설명하고 피드백을 구하는 단계
* 화이트 페이퍼(White Paper): 그린 페이퍼에서 수집된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된 정책 제안으로, 정책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명시
또한, 문제가 복잡할수록 단순한 기술적 접근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8세기 독일에서는 숲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나무를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심는 새로운 ‘과학적’ 접근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나무를 직선과 격자로 심어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벌목과 유지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목재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 세대의 나무들이 자라면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는 자연적인 생태계가 아닌 단일 수종의 규칙적 심기 방식이 오히려 토양 비옥도와 생태적 다양성을 손상시키고, 숲의 생명력을 감소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는 생태계의 복잡성을 무시한 과도한 단순화가 오히려 환경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편향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협소한 합리성에 기반한 접근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책이 사실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
편향을 줄이는 것이 항상 더 나은 정책을 의미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정책이 단순히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선택되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이 비합리적이거나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더 큰 장기적 목표를 위한 정치적 교환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노동당은 1997년 학교 학급 규모를 30명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는 부모들이 소규모 학급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었지만, 당시 교육 성과 개선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가성비가 높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적이었던 것입니다. 이 경우 정책이 설득력 있는 정치적 타협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책 과정에서 사회적 결과가 정치적 이익과 맞바꿔지는 상황을 제한하려면, 정책이 이루어지는 더 넓은 제도적 환경과 인센티브를 살펴봐야 합니다. 편향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정치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행동 과학이 정치적 요소를 정책 과정에서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그러한 요소들을 통합하여 보다 나은 정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편향을 줄이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더 나은 정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합리적 접근이 항상 성공적이지 않듯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책이 때로는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한 정치적 판단일 수 있습니다. 정책 과정에서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