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인간 협력의 경제학
최근 런던정경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버밍엄대학교의 Michalis Drouvelis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인간은 협력하는가? 특히 협력하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일 때조차 말이다.
경제학이 풀지 못한 퍼즐
전통 경제학은 오랫동안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해왔다. George Stigler가 "경제학인가 윤리학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공공재 상황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무임승차를 선택해야 한다.
동네 공원 청소를 생각해보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참여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청소한 깨끗한 공원을 그냥 이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합리적인가? 경제학 교과서의 답은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협력한다. 공공재에 기여하고, 세금을 내고, 환경을 보호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타적 처벌이라는 역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타적 처벌이라는 현상이다. 공공재 게임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처벌 기회를 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써가며 무임승차자를 응징한다. 자신에게 아무런 물질적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처벌하는 행위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런데 바로 이 '비합리적' 행동 덕분에 협력이 유지된다. 무임승차자들은 처벌받을 것을 알기에 기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공재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타적 처벌은 협력의 딜레마를 푸는 열쇠인 셈이다.
감정의 발견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처벌하는가? Drouvelis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답을 찾기 위해 한 가지 요소에 주목했다. 바로 감정이다. 실험 참가자들이 공공재 게임을 할 때, 연구자들은 그들의 감정 상태를 세밀하게 측정했다. 다른 사람이 기여하지 않았을 때 참가자들이 느끼는 감정, 자신이 무임승차를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예상 감정을 추적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분노와 죄책감이라는 두 감정이 협력 행동의 핵심 동인이었다. 분노는 타인의 무임승차에 대한 반응이다. 누군가 공정한 몫을 기여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화가 난다. 그리고 이 분노가 처벌 행동으로 이어진다. 죄책감은 그 반대편에 있다. 자신이 무임승차를 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들이 느낄 분노를 상상하며 우리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 예상된 죄책감이 우리를 협력하게 만든다.
감정의 인과적 영향
감정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감정이 정말로 협력 행동을 일으키는가? 아니면 단순히 함께 나타나는 현상일 뿐인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무드 인덕션 기법을 사용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감정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분노를 느끼도록 유도되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다른 감정 상태로 유도되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화난 상태로 유도된 참가자들은 훨씬 더 가혹하게 무임승차자를 처벌했다. 이것은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였다. 감정 상태가 변하면 사회적 선호가 변했고, 협력 행동이 변했다. 감정은 협력의 원인이었다.
협력의 진화적 뿌리
이 발견은 더 큰 그림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Richard Dawkins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했듯이, 진화는 때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만들어낸다. 혈연을 돕는 행동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간접적 방법이다. 직접 호혜성, 즉 이웃을 도우면 나중에 보답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진화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하지만 이타적 처벌은 다르다. 미래의 물질적 보상이 없는데도, 심지어 비용을 들여서까지 규범 위반자를 처벌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다. 분노와 죄책감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한 메커니즘이다.
규범과 감정의 춤
Cubitt, Drouvelis, Gächter의 연구는 감정이 규범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분노와 죄책감은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 감정들은 수용 가능한 행동 규범으로부터의 일탈과 상관관계가 있다. 누군가 규범을 어기면 우리는 분노하고, 우리 자신이 규범을 어기면 죄책감을 느낀다.
이것은 감정이 사회적 규범을 집행하는 도구임을 의미한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협력을 유지할 수 없다. 모든 상황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정은 내면에서 작동한다. 외부의 강제 없이도 사람들을 협력하게 만든다.
감정적 웰빙의 역할
Drouvelis 교수는 감정적 웰빙이 사회적 선호에 미치는 영향도 강조했다. 긍정적 호혜성과 부정적 호혜성, 즉 선행에 보답하고 악행에 응징하는 경향은 우리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우리는 다르게 행동한다.
이것은 협력이 얼마나 섬세한 현상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인센티브 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감정 상태, 그들이 느끼는 웰빙 수준이 협력의 성공을 좌우한다. 스트레스받고 불행한 사회에서는 협력이 무너지기 쉽다.
새로운 시각
이 연구가 주는 함의는 광범위하다. 정책 설계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감정, 그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 규범에 대한 그들의 감각을 이해해야 한다. 공공 캠페인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감정적 공명을 만들어내야 한다. 조직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팀 내 무임승차자에 대한 동료들의 감정적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공정성에 대한 감정이 무너지면 협력도 무너진다. 처벌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느껴져야 한다.
인간 본성의 재발견
결국 이 연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꾼다. 우리는 순수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감정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이다. 분노와 죄책감은 약점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접착제다. Stigler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학인가 윤리학인가? 이 연구는 그 둘이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경제적 행동은 감정과 도덕적 감각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협력은 차가운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뜨거운 감정의 산물이다. 다음에 누군가의 무임승차에 화가 난다면, 그것은 당신이 비합리적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뇌가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갈고닦은 사회적 협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감정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동시에 사회를 가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