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 찬란한 계절의 곶자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두어 달을 거문오름에 못 가니 좀이 많이 쑤셨다. 물론 거문오름 분화구가 아닌 곳에 나 혼자나 다른 친구들과 다니면서 봄꽃 감상을 많이 하긴 했다. 그러나 똑 같은 꽃이라도 거문오름에서 보는 것과 다른 곳에서 보는 느낌은 좀 달랐다. 마치 내 손주를 보는 것과 남의 손주를 보는 느낌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거문오른 해설사회에서 봄 야유회를 간단다. 하필 그것도 어린이 날에.
외손주 둘이 있는 나로선 나 혼자 어린이 날에 놀러가는 게 조금 찜찜했다. 그래서 사위에게(이상하게 딸보다는 사위가 편하다) 전화했더니.
“코로나 땜에 집콕할 거예요!”
새우란: 뿌리가 새우등처럼 휘어졌다 하여 새우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가도 되겠구나!
장소는 곶자왈 숲길 걷기이다. 곶자왈은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나 생소하지 않다.
토양층이 얕은 황무지(자갈)를 뜻하는 ‘자왈’과 나무숲을 의미하는 ‘곶’이 결합된 용어로 어쩌면 제주도의 랜드 마크가 되어야 할 말이다.
곶자왈은 암괴로 이루어진 장소이므로 땅이 척박하여 농경지로 이용되기 어렵고 방목에도 적절하지 않았다. 대부분 방치되어 덩굴이 엉클어진 자연림 지대를 이루어 왔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너무 홀대를 받았다. 누군가가 팔라고 하면 고맙다고 하면서 팔았다. 내가 알기로도 70-80년 대에는 1+1 매매까지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곶자왈 지대는 ‘제주의 허파’ 였다. 산소를 만들어 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며 미세먼지를 걸러준다.
숲 1ha는 연간 탄산가스 16t을 흡수하고, 12t의 산소를 방출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0.75kg의 산소를 필요로 하므로 1ha의 숲은 하루에 44명이 숨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해 주고 있는 셈이다. 1ha의 침엽수는 1년 동안 약 30~40t의 먼지를, 활엽수는 무려 68t의 먼지를 걸러낸다.
숲의 공익적 가치는 산림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126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잘 가꾼 숲은 자연 정수기로서 물을 정수하는 혜택이 9조9000억원. 산사태와 흙이 떠내려 오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인 토사붕괴방지 7조9000억원과 토사유출방지 18조1000억원. 대기정화 기능 혜택이 25조7000억원. 미생동물의 보금자리로서 산림휴양의 혜택이 31조2000억원. 야생동물보호 효과가 7조1000억원. 수원 보유혜택이 26조6000억원이다.
이러한 혜택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250만원을 주는 혜택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임산물 총생산액은 9조2032억원에 달하여 목재 생산, 약용식물, 산나물, 버섯류, 토석, 기타 산림자원으로서 경제적 가치로도 큰 이득을 준다. 특히 숲이 인간에게 주는 힐링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크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수의 함양기능과 투수율이 높아 제주 지하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수자원 부존여건에서 볼 때, 제주도는 축복받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연평균 1천975mm(1992∼2002 평균)에 달하는 풍부한 강우량과 평균 46.8%에 달하는 높은 지하수 함양율은 우리 나라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
오늘은 말 그대로 야유회이다. 그러니까 천천히 자기 속도로 걸어도 된다.
이렇게 천천히 걷다 보면 곳곳에서 희귀한 식물들이 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덩굴과 잡목이 우거진 곳에 숨어 있는 듯 피어있는 꽃들을 보는 것은 곶자왈이 주는 호사이기도 하다.
노자의 도덕경 24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발돋움하는 자는 서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자는 가지 못한다(企者不立, 跨者不行).
나는 이런 걷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천천히 아껴 먹는 게 인지상정이다. 정말로 걷기를 좋아하면 빨리 걸을 필요가 없다. 걷고 난 다음.
“아! 너무 좋았다!” 하는 것과
“아! 너무 피곤해!” 하는 것은 똑 같은 길을 걸어도 결코 같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