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매년 낯선 시작을 하는 지은 인터뷰
24살부터 지은은 6년 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해마다 두 나라를 오가는 지은의 삶이 어느새 내게도 익숙해서 제주도 아래 영국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지은과 많은 대화를 했지만,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삶에 대해 물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번쯤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었어. 교환학생 알아보니까 미국 텍사스 6개월 가는데 천만 원인거야. 그건 감당 안되고 엄마도 안된다고 했어. 그 때 아는 친구가 돈 모아서 워킹 홀리데이 갔거든. 그게 뭐지? 찾아보다가 영국 워킹 홀리데이를 찾았어. 내가 해외 많이 다녀본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 없으면 큰일이겠다 해서 이모가 있는 영국으로 선택했지."
2014년 24살의 지은은 삼백만 원을 가지고 영국에 있는 방 두 개 짜리 집에 도착했다. 칸막이 친 거실에는 집주인이 살았다. 월세 팔십만 원 짜리 방이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에 다녔어. 영어 터야하니까. 한 달 정도 그렇게 있다가 어학원 같이 다니는 친구가 자기 일하는 카페에 사람 구한다고 해서 이력서를 내고 연락 온 게 카페였어."
시차에 맞춰 통화했다. "1년 안 채우고 한국 돌아 갈거야." 했던 지은은 6년 째 영국에 거주 중이다.
"반년 정도 있으니까 한국가서 취준하는 것보다 영국에 더 있고 싶더라고. 학생비자가 필요했어. 그 때부터 아카데믹 IELTS 준비해서 컬리지 합격했어. 그 때 대기 인원이 많아서 1년을 기다려야 해서 등록금, 입학금 내고 그 사이에 한국에 온거야. 비자도 학생비자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은은 불안을 느끼며 한국과 영국의 삶을 저울질했다. 한 곳에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은 지은을 불안하게 했다. 두 나라 모두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쉬어가는 여행지 같기도 했다. 그 때 지은을 잡아준 건 지은의 엄마였다. "젊어서 너무 돈 걱정 하지마. 마흔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정해." 지은은 엄마의 말을 단단히 믿고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삶을 살았다.
"한국에서 일해본 건 스타벅스가 처음이야. 한국 일터에 대해 말로만 듣던 거 경험해보니까 별거 아닌 걸로 스트레스 주는 묘함이 있더라.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컸어. 손님이던 같이 일하는 사람이던 묘하게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시급 너무 짜고. 한국은 직업에 귀천 있으니까 그 나이에 그거해? 할까봐 스타벅스에서 일한다고 당당하게 말 못했어."
"룰루랄라 샌드위치 줘!" 룰루랄라가 뭔지 한참 얘기 하다 루꼴라 샌드위치인 걸 알았을 때 "다음에 다시올게!" 나가는 사람. "톨 사이즈 맞으세요?" 물으면 "나 무시해?" 되묻는 사람. 지은은 매콤한 서비스직의 고충을 재밌게 말해서 나는 "와 맵다 매워."하며 웃기 바빴다. 지은은 자주 관두고 싶다고 했지만 영국으로 돌아가기 3일 전 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다.
"올해 서른이니까 한국, 영국에 산지 6년 됐네. 어디가 좋다고 결정 못하겠어. 두 곳 다 적응 한 것 같아. 한 쪽이 안좋으면 결정이 빠를텐데. 한국은 부모님 집 있으니까 빌붙을 때가 있잖아. 월세 안 내. 휴지 내 돈으로 안 사. 돈 걱정이 없어. 엄마 있으니까 그게 큰 장점이지. 영국은 나이, 학력, 연령 제한 없이 뭐든 할 수 있는 거. 다른 사람 눈 잘 신경 안써. 내가 뚱뚱하든 날씬하든 나시를 입든 치마를 입든 뭐라할 사람 없으니까. 그런 문화가 좋지. 한국에서 마트 캐셔는 주로 중년 여성이 하잖아. 여기는 대학생도 캐셔해. 직업에 귀천 없어."
지은에게 새해 계획을 물으면 "변수가 많아서 계획 잘 안세워." 했다. 지은은 할 수 있는 걸 한다. "나는 생각보다 단순하더라고. 안되면 그 순간에는 짜증나. 2~3일 웃고 떠들어 재끼고 그러려니해." 현재 지은은 영국에서 유치원 선생님을 준비하고 있다. 잘될거야, 할 수 있어 어설픈 응원의 말을 고르다 "원없이 해!" 했다. 그 말은 지은의 엄마가 지은에게 한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주저할 때마다 내 등을 떠밀어주는 지은이 해주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