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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티리 Oct 31. 2019

이웃집비행소녀_일기장 열하나

신입승무원, 날다.


처음 비행 스케줄이 나왔다.

진짜 우리 항공사가 나 신입 때 얼마나 작은 항공사였냐면,

스케줄도 요즘에는 다 스케줄 프로그램으로 로그인해서 확인하는데,
나 때는 피디에프 파일로 올려줬었다.


내 이름이 있고 그다음 위로 쭈욱 나랑 똑같은 편수를 찾으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올라갔다.

"000"

.

.

.
호랑이 매니저님 이라던데.....
이분....???
티웨이에서 제일 무서운 매니저님이라고 하던데... 동기가 그랬다....
그런 매니저님과 첫 비행이 나왔다. 울고 싶었다.

왜 하필 나야ㅜㅜㅜㅜㅜ
왜 나냐고 ㅜㅜㅜㅜ

김포-제주 노선이었는데
브리핑 시작 시간보다 2시간을 일찍 나왔다.
지금은 다들 왜 이렇게 일찍 오냐 말리지만 그때는 교관님이 2시간 일찍 오라고 하셨었다.
새벽 출근은 긴장돼서 못 자고 일찍 나와야 해서 못 자고 지옥의 연속인 느낌이었다.

겔리(승무원 공간)에서 있는 카트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는 렛치를 너무 조심조심 안 하고 시끄럽게 다룬다고 혼이 났다. 쓰레기통도 쓰레기를 넣고 손을 조심스럽게 빼야지 그냥 빼면 탁! 소리가 난다 스프링으로 닫힘이 알아되게끔 반자동이다. (쓰레기통에서 화재 발생 시, 스스로 닫혀있어서 산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덤벙대는 내가 쓰레기통 또 조심조심하게 다루면 내가 아니지 ㅋㅋㅋㅋㅋ


"탁!!!!"
또 혼났다.

내가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싶었다.
왜 난 성격이 여자여자하지 않아 가지고ㅜㅜ
왜 조신하지 않아 가지고ㅜㅜㅜㅜ
왜 털털해가지고!!!!!!!!!!!!!

디브리핑(비행 전 회의는 브리핑, 비행 후 회의는 디브리핑)에서 아주 내 비행일지가 깜지가 됐다.




완전 막내시절에 김포에서 제주를 가는데 한 남자 지체장애인 손님을 만났던 일이 있었다.

제주는 가시는 동안에는 그냥 여느 손님과 다름없이 생각하고 서비스하는데 내가 음료를 서비스했던 것 같다.


그러고 며칠 뒤 또 김포 제주노선을 일하는데

제주에서 김포로 올라오는 편수에서 막내 때라 탑승권을 확인했다.


"탑승권 확인해드리겠습니다~"

탑승권을 확인하고 자연스레 눈을 마주치는데 그 제주가 실 때 지체장애인 손님이신 것이다.


그냥 싱긋 웃음을 보였는데,

뭔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분이 그 지체장애인 손님이 나를 알아본듯한 눈빛이었다.

가끔 김포 제주노선 하다가 가셨을 때 만났던 손님을 오실 때도 만날 때도 있다.

가끔, 아주 아주 아주 가끔.


말하지 않아도 미소 짓지 않아도

'어? 나 제주 갈 때도 있었던 승무원인데??'

하시는 느낌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난 느낌????


음료 서비스가 끝나고 종이컵을 정리하는데 그 손님이 복도 좌석에 앉아계셨다.

컵을 정리하면서 항공기 뒤쪽까지 가고 있는데,

손님이 내가 지날 때

내 어깨를 퍽!!!! 하고 내리치시는 것이다.


순간 너무 놀래 가지고 아픈 것도 모르고 눈만 동글동글 뜨고 있는데 

보호자 누나 되시는 분께서 손을 제지시키면서 "안돼!!!!!!!!!!!!" 하시고는


"어머 어떡해!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ㅜ"


나는 어쩔 줄도 몰라서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고는 얼른 겔리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후방에 계셨던 사무장 님하고 둘째 선배님께서 괜찮으냐고 말하는데 괜찮다고 급히 말하고는 멍해져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어린 나이에 손님한테 맞아본 경험은 조금은 놀랐던 것 같다. 그때도 생각하기로는 그 손님에게는 다른 승무원들보다 김연실이라는 승무원이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었던 것 같다.


탑승권을 확인했었던 그때 주고받았던 눈빛 안에

무언가 막 반짝거리는 반가운 느낌을 받았어서..


그래서 나쁜 뜻은 분명히 아닐 거라 생각했었고,

오히려 놀란 내가 더 죄송하게 보호자분께서

마구 죄송하다고 해주셔서 괜찮다고는 했지만

어린 맘에 놀 란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집 가서 혼자 훌쩍거렸던 기억이.....


나 너무 애기였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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