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여기에 왔구나...

가장 먼 자리, 가장 가까운 울림

by 진빛


카네기홀.

그 무대에 선다는

꿈에서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무대에,
내가 섰다.

비록 메인 홀은 아니었지만...


공연은 무사히, 잘 끝났다.

그저,
이토록 아름답고 명성 있는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득,

나는 카네기홀에서 공연은 했지만,
한 번도 ‘관객’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리허설에,
이동 동선에,
정신없던 시간들.

그 공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마음으로 느낄 여유는 없었다.

뉴욕을 떠나기 이틀 전날,
갑자기 마음이 움직였다.

“나, 공연은 했지만…
정작 이곳의 공연을 본 적은 없네.”

‘봤다’는 말도
해보고 싶었다.

‘봤다’는 감정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카네기홀 홈페이지를 열었다.

다음 날,
메인홀인 스턴홀에서 열리는
가장 저렴한 티켓을 예매했다.

뉴욕 유스 오케스트라.

가장 멀고,
가장 낮은 기대.

그저, 나도 이곳의 관객이었다는 작은 흔적 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공연은,
예상보다 훨씬 진지했다.

처음엔
“음… 메인 홀 정말 아름답다.
유스 오케스트라도 생각보다 괜찮네.”
그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가장 먼 자리인데도, 마음이 가까워졌다.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였고,
그 마음이 내 안의 문을 열었다.

음향은 선명했고,
연주는 점점 더 깊어졌다.

무대 위의 젊은 연주자들.
성숙하지 않았지만 그 진심이 더 깊게 와닿았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카네기홀을 이야기하는구나.

사실 그전까지,
나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세상은 넓고, 안 가본 곳은 많으니까.
굳이 다시 올 일 있을까?”

그날의 공연이
그 질문의 답을 바꿔놓았다.

마음 깊은 곳에
하나의 결심이 내려앉았다.

“일 열심히 하자.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곳에서
좋은 공연 보며 살아야지.”

그건 아주 현실적이고,
동시에
가장 솔직한 내 진심이었다.

카네기홀의 리뷰 중 하나가,
유독 마음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위해 뉴욕에 왔구나. 잘했다.”

그 문장을 읽고
내 마음도 딱 그랬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왔구나.
공연을 하러 온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이 감정을 만나기 위해.

나는 무대에 섰지만,
진짜 뉴욕은 그날, 그 먼 좌석에서 시작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 참 잘했다.”

그렇게 카네기홀에 다시 가지 않았다면,
나는 내 감정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뉴욕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가장 먼 좌석에서
가장 가까운 울림을 느꼈고,
그 울림이 내 여행을 바꿨다.

그리고 나는,
그 결정을 내린 나 자신을
조용히, 다정하게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왔구나.

무대가 아니라,

마음의 좌석에 앉기 위해.
진짜 뉴욕은,

그날,

그 먼 좌석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