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일은 항상 버겁게 느껴졌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도 내가 맡는 일은 기존의 안정적인 업무가 아니었다.
늘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들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없었던 조직을 새로 만들고,
누군가 저지른 일을 조용히 수습하고,
통합된 조직의 조율자 역할까지.
하나를 해결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뭔가 더 복잡한 일이 다가온다.
익숙함 속의 정해진 일보단 매번 새로운 일.
그래서 나는 늘, 버거움 속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오래전, 선배 언니에게 이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저를 제가 가진 것보다 더 크게 봐요. 그래서 늘… 힘들고 버거운 일만 맡게 돼요.”
그때 선배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세상은 대부분 사람을 과소평가하려 들지.
그런데 너는 오히려 과대평가받는 기분이 든다면 네가 그 정도는 해낼 능력이 있게 보이는 거야.”
그 말에,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했다.
‘…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선배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일… 못했어?”
나는 잠시 머뭇이다가 말했다.
“… 아니오. 어렵긴 했지만, 결국 하긴 했죠.”
“봐, 너한테 그 힘이 있는 거야.”
아… 그랬구나. 그렇구나.
그 이후로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괜히 또 들켜서 뒷수습하거나 앞장서는 일을 해야 할까 봐.
앗,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또 들켜버리고 말았다.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눈에 또 내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리고 결국,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그 자리를 또 내가 맡게 되었다.
대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보이게 하는 걸까.
내가 내보인 어떤 태도였을까.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앞을 감당해 온 나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렇게 보이게 된 걸까.
나는 그냥, 조용히 나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