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브메 Jul 05. 2023

배달의민족은 '웃수저'다

배달의민족이 스며든 건에 대하여

지영 : 배달의 민족에 빠지게 된 계기가 뭐야?


현지 : 사실 빠졌다기보다는 스며들었어. 내가 빠진 게 아니라 배달의 민족이 나에게 스며들었어.


지영 : 배달의 민족이 너한테 스며들었다고? (웃음)


현지 : 응. 처음 배달의 민족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는 치믈리에 시험을 할 때였는데, 내가 거기에 참여했었거든. 그때는 배달의 민족이 지금처럼 그렇게 모두가 쓰지도 않을 때였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그 광고 했을 때, 막 런칭했을 때라서 그냥 이렇게 B급 광고를 잘하는 회사가 있네 하면서 좀 신기했던 때였어.


그래서 나도 막 헤비 유저는 아니었지만 치믈리에 시험이라는 게 좀 궁금하기도 하고, 치킨 먹고 싶기도 하고,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되게 신박한 경험이잖아.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됐는데 그런 유형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본 건 난생 처음이었던 것 같아. 국내 브랜드에서든 내 인생을 통틀어서든.


뭔가 “우리는 너희에게 서비스를 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우리 어플 아직 안 써도 좋으니까, 너 치킨 좋아하지? 여기서 치킨 먹고 가. 너 콜라 맛 구분할 수 있어? 펩시랑 코카콜라 맛 한번 구분해 봐.” 이러면서 약간 진짜 놀이터처럼 만들어 놨었거든.


근데 그 이후로도 계속 배달의 민족 마케팅의 행보를 보니까 적극적으로 셀링을 한다기보다는 진짜 놀이터를 만드는 것 같은 거야.


배민 신춘문예도 “야 너네 글 좀 쓴다며? 삼행시 좀 할 줄 알아? 그러면 배민신춘문예 참여해서 한번 N행시 지어봐.” 이런 식으로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치믈리에 시험이 잘 되니까 떡볶이 마스터즈도 하고. 그러면서 뭔가 B급 마케팅 하면 생각나는 첫 번째 브랜드가 됐어.


공교롭게도 그 때 막 돌고래유괴단 같은 B급 마케팅을 잘 하는 프로덕션이 뜨면서 뭔가 광고계에 B급 열풍이 일었거든. 근데 배달의 민족이 B급 1위니까. 나도 모르게 마케팅 액션을 트래킹하면서 재밌다 웃기다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 서비스에 대한 애정 장벽이 허물어지더라고.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배달의 민족 깔아서 쓰고 있고, 배달의 민족을 쓴다는 것 자체가 뭔가 하나의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가 되고. 초창기에는 나 배달의 민족 시켰음 이런 식으로 sns에 올리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지영 : 그럼 배달의민족은 약간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 브랜드네!


현지 : 그치? 나 이 브랜드로 인해 이만큼 재밌게 놀고 있다. 이거를 좀 드러내고 싶었던 거지. 그런 걸 공유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지영 : 인싸력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먹혔겠네.


현지 : 근데 그때 막 처음에 B급 마케팅을 할 때는 인싸라는 단어도 없었거든. 그래서 그냥 정말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 치킨, 떡볶이. 뭐 아무튼 맛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이리 모여라~ 해서 배민 신춘 문예 하다 보니 배달의 민족 팬덤이 만들어진 것 같아.


또 굿즈 마케팅도 엄청 했었거든. 무한도전에도 나왔지만 똑똑똑 실례합니다. 하고 실내화 낸 것도 그렇고. 부채를 수동 바람이라고 해서 판 것도 그렇고. 뭔가 굿즈에서도 배민만의 B급 감성을 잘 녹여내서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효용을 느끼는 것만으로 배민을 좋아하고 이용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즐겁게 해주는 브랜드’라고 생각이 들게끔 해서 계속 사람들을 배민의 팬으로 만들어낸 것 같아. 그래서 팬덤 마케팅을 어떻게 보면 제일 잘했다라고 생각이 드는 브랜드 중 하나야.


지영 : 근데 요즘 배달의 민족이 이슈가 좀 있잖아. 높은 배달료에 대한 소비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에 대해서도 혹시 생각을 해본 적 있어?


현지 : 사실 배달의 민족이 배달료라는 시스템을 만든 건 맞거든. 배달의 민족 없었을 때는 그냥 짜장면, 짬뽕 전화로 주문해서 집앞까지 공짜로 배달돼서 먹고 그랬었잖아. 근데 그게 다였어.


근데 배달앱이 생기면서 진짜 유명한 맛집 메뉴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되고, 커피 한 잔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되고. 뭔가 배달의 양과 질이 달라졌잖아.


그래서 나는 굳이 없어도 되는 시장을 개척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그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편리하고 맛있는 걸 많이 즐기면서 살 수 있게 됐다고 생각을 해.


솔직히 배달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거에 대해서는 나도 반대하는 입장이긴 한데, 기존처럼 한 2500원 정도의 기본적인 배달료로 시켜 먹으면 큰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아무래도 이제 사람들이 워낙 배달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또 이게 배달의 민족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였잖아.

그래서 나는 배민이 조금 수수료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을 하되,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새로운 신사업에서 찾았으면 좋겠어.


지금 마켓컬리 같은 B마트도 하고 있고 또 만화경이라는 웹툰 서비스 런칭해서 뭔가 재미를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있는 것 같거든. 특히 만화경이 아직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페이지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뭔가 배민의 방식대로 “이 만화는 만화경에서만 볼 수 있는, 배민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야.” 이런 인식이 언제 한번 생기면은 기존 플랫폼과는 차별화되는 하나의 독보적인 웹툰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 갖고 있는 BM에 만족하지 말고 B마트든 만화경이든 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도입하면, 배민은은 모든 것을 배달한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업데이트 된 거 보니까 꽃집도 배달이 되더라고. 그렇게 그냥 배달 인프라를 이용해서 플랫폼화할 수 있는 영역들을 계속 찾아나갔으면 좋겠어.


지영 : 그럼 배달의 민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뭐일 것 같아?


현지 : 배달의 민족은 웃수저지. 웃수저.


지영 : 웃수저. 맞네.


현지 : 만약에 배달의 민족을 의인화시킨다면 진짜 웃긴 친구일 것 같아. 각 잡고 웃기는 개그맨 말고, 자기 일 잘하고 정상인 같아 보이는데 은은하게 광기 있어서 웃긴 친구.


모델로는 안유진, 이영지, 승헌쓰가 생각이 나네. 오리지널 콘텐츠도 많이 만드는 것 같던데 그냥 그런 모델 모아놓고 지구오락실같은 예능 배달의민족이 만들어도 좋은 브랜딩 활동이 될 듯. 배민1으로 먹방찍고 B마트에 입점한 것들로 요리하고 생활하고. 아 재밌겠다.

작가의 이전글 MUJI는 '덜어낼 자신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