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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Mar 12. 2024

사상검증구역, '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


트위터를 하다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에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다'라는 논제로 출연진 하마가 이에 대해 쓴 글이 다수의 동의를 얻으며 많은 알티 수를 기록하고 있기에 이 글을 한 번 읽어 보았다. 마침 제임스 길리건의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라는 책을 읽고 있어 이 글에 조금 더 관심이 갔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상검증구역’의 이 ‘빈곤의 책임소재’를 묻는 의견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소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갈라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예 달랐다. 한국은 ‘돈’이면 사실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나라이고, 나 역시도 그 돈을 매우 좋아한다. 직업에서 얻는 뿌듯함은 매달 내 통장에 꽂히는 월급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과연 빈곤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점점 ‘NO’로 기운다.


2023년 5월 발표된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과 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의 규모가 약 54만 명 정도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고 한다. 왜 한창 찬란하게 빛나야 할 시기의 청년들이 고립과 은둔을 고민하게 될까? 응답자의 대부분은 '심리 상태가 좋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한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은 “자신의 고립‧은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및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경험 자체에 불안해 지원체계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발굴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이러한 위기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의 확립과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결과는 실패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 청년들을 자발적 고립과 은둔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 실패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돈’에 있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어느정도 통용이 됐었다. 개인의 노력이 사회 계층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확률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높았다. 연예인이나 아이돌 중에서도 과거 밥 한 끼 떼우기도 힘들었던 시절을 방송에서 언급하며 눈물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당장 아이돌 연습생도 그 출신이 금수저일 필요성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시작점에 서기도 전부터 이미 사람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 개인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도 되는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히트작 『공정하다는 착각』은 베스트 셀러인데, 어떻게 이 책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읽어놓고도 아직 우리 사회는 ‘빈곤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의견이 이토록 많은 공감을 얻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제 개천에서 용 나기엔 힘든 나라라는 것을, 사회의 계층 고착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국가임을 보여주는 지표가 이토록 많은데 말이다. 



참고 문헌  

OSEN 최이정 기자. “집에 항상 쥐가 나왔다”…빈곤은 개인의 책임? '자수성가' 이창준의 일갈 (사상검증구역). https://www.osen.co.kr/article/G1112272878

    제임스 길리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보건복지부. 2023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립, 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시사위크 연미선 기자. 늘어가는 ‘스스로 가둔 청년들’… 왜?. https://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456

    텐아시아 최지예 기자. "개천에서 용 안 나요"…K팝 아이돌 연습생도 금수저 필요한 시대 [TEN뮤직]. https://tenasia.hankyung.com/article/202402084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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