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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l 03. 2024

감사; 극명한 하루 아이와 나

위로곡; Gilbert O'Sullivan <Alone Again>

오늘 종일 떠올랐던 음악

글을 몇 자 적는 내내 듣고 있다.


https://kko.to/qSGfQjK4QK


아이 학교 책 읽어 주러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

읽어 줄 책을 고르고

일지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

명찰을 걸고

우리 아이가 있는 반에 들어갔다.


주로 자기 자녀가 있는 반으로

7 정도로 많이 배정해 주고

다른 반으로 3 정도 배정해 준다.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은

 날이 되면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 모아

피크닉 온 것처럼 앉히고

그 앞에 어린이집 작은 의자를 놓아두신다.

 그 의자에 앉아

그들 앉은키와 내 앉은키가 비슷하게

아이들과 가깝게 눈을 마주 보며

10분 정도 책을 읽어준다.


나는 교실 밖에 책을 들고 서서

등교하아이들이 모두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그래도 몇 번 나를 봤다고

"○○ 엄마다" 한다.

알아주니 왠지 기분 좋았다.


우리 아이가 지난번엔 중간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첫 줄 끝에 앉아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 아이가 내 새끼발가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작은 소리로 옆 친구에게

"내 엄마야, 내 엄마야" 한다.


'여름 샌들 신길 잘했다' 생각했다.


회사에 부랴부랴 출근해서 아이 얘기를 했다.

"○○가 우리 엄마야 했구나! 그렇지. 그 나이 때는 엄마가 학교 오면 막 좋잖아. ○○, 좋았겠네."


퇴근하 두 시간이 안 남은 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제도 떴던 번호였던 것 같아 받았다.

○○경찰서 수사관.

남편이 맞고소를 했다.

나와 친정엄마 아버지 세 명을 고소했다.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니다

한숨 몇 번 쉬고 일하자.

예상 안 했던 일도 아닌데 덤덤하자.

고소 내용은 아동학대.


극명한 하루의 시작과 끝

인생이란 아이가 나랑 밀당하듯

참 피곤하다.

심장이 덜컹덜컹 주저앉는다.

순간이다.

이런 일 안 겪으면 좋지만

어차피 겪어야 하는 거라면

지금이 나의 그 시기라면

담대하자.


극명한 하루의 시작과 끝

우리 아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우리 아이의 인생살이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는 담대해지되 아이는 아이답기를


아이에게 가는 길

아이에게 오늘 엄마 어땠어? 물을 거다.

아이는, "돼지 괴물 같았지" 할 거다.


기차 안

요즘 힘들어하는 직장동료를 위로하며

나의 힘듦은 들어냈다.


극명한 하루의 시작과 끝

굳이 시작과 끝으로 구분 지을 필요 있나.

매 순간이 이러한 걸

매 분초를 다투며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잖나.

감사 이유로 충분하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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