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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Apr 07. 2024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이 문장이 요즘 내 삶의 화두이다. 조직에 소속되어 일해온 지 어언 10년. 이제 11년 차에 접어든 나는 언젠가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나만의 업을 꾸려가길 원한다.


10년 동안 크고 작은 커리어의 변화를 겪으며 일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간 고민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의 고민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이 일을 탁월하게 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식의 고민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고민이었다. 반면 최근 몇 년 사이의 고민은 내가 좋아하는 일, 일을 하면서 내가 나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일,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와 일치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업으로 하고 싶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이 누가 회사에 자아실현을 하러 다녀, 일은 그냥 생계 수단일 뿐이야라는 식이었다. 일견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먹고사는 것, 생계는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자 일을 통해 그 중요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보람이나, 가치나, 자아실현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그래 맞아, 그렇지. 하고 결론짓고 외면하기에는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올라오는 물음들이 있었다. 이것으로 정말 충분해? 나에게 일이란 먹고사는 것만 해결해 주면 그 이상을 바라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자꾸만 해소되지 않는 일에 대한 갈망이 끈질기게 나를 붙들었다.


또 한 가지 대답은 시선을 다른 쪽으로 향해서 관심을 돌려보라는 것이었다. 너무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취미를 찾아봐하는 식의 조언들이었다. 어느 한 곳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면 그 문제에 잠식되기 쉬우니 한숨 돌릴 수 있을 만한 대상을 찾아보라는 조언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일시적인 회피 방식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그리고 그러기엔 이미 취미가 너무 많았다..). 잠시 머리를 식혀줄 수 있고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니었다.


사진: Unsplash의 Mick Haupt


아직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알아차린 것은 두 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는 이게 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일은 생계의 수단으로 충분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내 삶과 통합이 되는 지점까지 추구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 내 고민에 답을 찾고자 했을 때 나는 생계의 수단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을 원하는 나에게 답답함과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나는 왜 만족이 되지 않을까, 나는 현실성은 없고 이상만 높은 사람은 아닌가 하는 자책 아닌 자책을 하게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냥 이게 나라는 것을.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일의 기준에 끼워 맞출 수 없다는 것을. 내 안에서 일어난 질문과 욕구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발견한 것은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 보자는 결심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 따라붙는 질문들이 있다. 그래,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나는 명상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점점 작아지는 나.) 근데 그걸 업으로 할 만큼 강력하게 좋아하나? 좋아하긴 하는데 잘할 수도 있나? 나아가서 그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질문 폭격에 한 차례 공격을 당하고 나면 자신감은 제로가 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만 든다. 그래서 이 질문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자 결심한 것이 너무 앞서나가지 말고 좋아하는 마음을 믿어보자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이 과정을 즐기며 탐색해 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믿어보는 것. 지금 당장에 명확한 그림을 그려보지 못하더라도 그 힘을 믿고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그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지는 것들이, 연결되는 지점들이 생기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 안의 욕망을 외면하며 적당한 것들로 만족하지 않고 나를 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앞으로도 내면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끈질기게 탐색해 나가기를, 그래서 마침내 일을 넘어서 내가 나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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