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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May 05. 2024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

두 번의 난청 진단을 받고서

이름부터 급작스러운 돌발성 난청을 처음 진단받았던 건 4년 전의 일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수영장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하루 종일 귀가 먹먹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웅웅 거리면서 울리고 시끄러운 곳에 가면 그 소리가 더 커지면서 신경이 예민해졌다. 처음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2-3일이 지나고 나서야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난생처음 듣는 진단명을 받아 들었다. 돌발성 난청.


뜬금없이 난청이라니 싶었지만 청력검사지는 내가 봐도 삐뚤빼뚤 이상한 그래프를 보였다. 의사는 최근에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이 정도 스트레스는 다 받으며 사는 것 아닌가, 이 정도 피곤함은 다 그런 거 아닌가..? 되려 의문스러웠다. 그때까지도 아차, 내가 너무 무리했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되려 몸에게 이럴 일이냐고 따져 묻고 탓하고 있었다.


의사는 돌발성 난청은 진단받은 사람들 중 1/3만이 정상 청력으로 돌아온다고 주의를 줬다. 그제야 청력이 다시 안 돌아오면 어쩌지, 계속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휩싸였다. 돌이켜보면 당시 나는 건강이니, 몸을 돌보는 것이니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앞만 보고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쳐내며 경주마처럼 달렸다. 일 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도 관계도 그 어떤 것도 놓고 싶지 않아 있는 대로 욕심을 부린 일정에 내 몸을 끼워 넣었다. 내 의지대로, 정신력만 있으면 몸은 언제까지고 그걸 소화하고 버텨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오만한 생각이었다. 몸은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라고 제동을 걸었다.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다행스럽게도 처방받은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오직 컨디션만 생각하며 몇 주를 보내고 나니 청력은 회복이 되었다. 그렇게 꽤 오래전 일로 잊힐 즈음, 최근 들어 다시 증상이 시작됐다. 불안한 마음으로 찾은 병원에서 들은 진단명은 급성 저주파성 난청. 또 난청이라니. 내가 또 무리하고 멋대로 몸을 굴리고 있었구나. 작게는 피곤하고 두통이 이어지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들이 있었지만 그런 잔잔한 신호들은 무시한 채로 또 쉼 없이 달려온 탓이었다. 늘 몸을 돌보는 것은 가장 먼저 다른 것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뒤늦게서야 알아차리고 삶의 패턴을 점검해 본다. 충분히 잠자는 시간을 확보할 것, 식사 시간만큼은 그냥 배고픔을 때우지 말고 몸에 좋은 음식들로 나를 채울 것, 조금이라도 몸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명상이나 요가 시간을 가질 것 등등. 몸은 언제나 나를 보호하기 위해 성실하게 반응하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디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몸과 계속 연결되어 잘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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