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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Sep 21. 2023

나의 욕망 vs 남의 욕망을 구별하며 사는 것

내가 원하는 것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법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나의 욕망과 남의 욕망을 조금은 구별해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나의 욕망인지 남의 욕망인지 헷갈릴 때는 질문을 던져본다.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인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일 테니까, 혹은 다들 이 정도는 하며 사니까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하는 선택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솔직하게 답해보는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선택들 중에는 내가 원한 것도 있었지만 아무런 의심이나 저항 없이 그냥 그러는 게 당연하니까- 하며 결정했던 것들도 많았다. 학생일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생각해 보면 난 딱히 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대학도 없었다.). 그때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들 좋은 대학에 가려고 노력하니까 나도 당연히 야간자율학습이나 주말 등교도 빠지지 않고 했었다. 내가 원하는 일이나 나에게 좋은 대학은 어디일까 하는 고민은 생략되었지만 아주 성실히.


대학에 들어가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가 주어졌다. '좋은 직장'에서 '좋음'의 기준이 내 안에 있었다기보다는 '남들이 들었을 때 알아줄만한 직장'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취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선택의 순간에는 여전히 스펙 쌓기처럼 결정하는 일들이 많았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외부에서 솔깃한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서 별 고민 없이 수락한 것도. 그것이 나의 욕구와 맞닿아 있어서라기보다 막연히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해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겠지라는 뭉뚱그린 생각에서였다.


사진: Unsplash의 Christian Lue


어쩌면 그간 내 선택의 기준은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촘촘하게 생애주기별로 짜인 커리큘럼대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 좋은 대학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업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이제는 내 집도 마련하고 부도 이루라는 메시지들이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암묵적인 사회적 기준에 미달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긴 시간들을 통과하며 어느샌가 그 기준들이 내재화되어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남의 욕망, 사회적인 요구(?)에 합을 맞춰 살아오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조금씩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욕구와는 다른 선택들을 하고 싶지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왠지 그렇게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나에게 묻고 나로부터 얻은 답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헷갈릴 때면 혼자서 질문해 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삶을 꿈꾸는지. 자꾸 남들만 두리번거리지 말고 시선을 나에게 돌려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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