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오면 여름이 끝이라면서요...?
지난 글이 벌써 10개월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정신 없이 일하는 동안 시간도 후루룩 흘러가 버렸는데요. 주제를 잡아 써야지, 정돈된 글을 전달해야지 같이 스스로를 검열하는 마음에 글쓰기조차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회고를 미루는 동안 팀에서는 정말 많은 업무들을 쏜살같이 통과해왔는데요. 개중에 듬성듬성 생각나는 자잘한 성공과 실패들을 두서 없이 적어봅니다.
1.
23년 하반기부터는 그간의 시행착오 끝에 대단한 숫자는 아니지만 마케팅 기여가 제대로 된(?) 매출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마케팅의 노력과 더불어, 딜을 만든 세일즈 동료들의 덕이 큰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전략이 잘 실행되기까지의 중요한 한 축이 '사람'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같은 일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짐을 알았어요.
제가 마케팅 커뮤니티 허슬을 시작할 무렵, 어떤 분께서는 저를 두고 'b2b 쪽으로는 아직 성과로 이룬 게 없지만 struggle하는 모습이 좋다'는 얘기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꼭 성과다운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정말 다행히도 결심대로 가고 있습니다.
2.
올해 상반기에는 총 8번의 웨비나를 열었습니다. 누구는 저희보고 '무한 행사팀'이라고 하더라고요(하하). MQL을 규모 있게 고정적으로 발생시키려고 한 일인데 어느 정도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고객 분들도 이제 패캠이 고정적으로 이런 인사이트 세미나를 연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하셨고요.
모객의 성패는 늘 외부 연사에 달려 있었습니다. 1명이라도 업계 인사가 포함되어야 Scalable 한 리드 젠이 이루어졌고, 내부 Speaker로만 꾸린 내용은 Scale도 그렇고 신청 to 참석률 자체도 떨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내부 Speaker로 구성하면 인바운드 전환 수가 높아지느냐? 돌아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많은 이들에게 반응을 얻어야 의미 있는 인바운드라는 게 보였고요.
3.
그래도 온라인 교육처럼 저희에게는 상대적으로 딜 클로징 호흡이 짧은 서비스와 연관된 웨비나인 경우만이 외부 연사 없이 진행되어도, 시일이 지나 인바운드로 돌아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 웨비나를 반복했을 때의 부작용도 있는데요. 타겟 시장이나 매체가 유사하니 신규를 발굴하는 효율은 점차 떨어졌다는 데 있습니다(오던 분이 또 수강). 오히려 당연하게도 웨비나 주제를 확장했을 때(HRD -> HRM) 신규 고객도 늘었습니다.
4.
7월에는 1번의 거대한(?!)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유가로 개인에게 무언가를 판매하는 게 무척 오랜만이라 마케팅도(=저) 좀 절었던 것 같습니다. 성과가 성에 차지는 않으나 시장 인지도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임무를 수행한 행사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는 아무리 해도 Vertical, Social 할 것 없이 광고 성과가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요. 당시 비슷한 시기에 여성 타겟 컨퍼런스를 진행한 형제 CIC 레모네이드의 슈퍼우먼 컨퍼런스 광고를 보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개인의 즉각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는 무엇보다 개인의 욕구(ex. 커리어 엔드픽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또 잊어먹고... 연사나 ATD의 명성에만 기대는 광고를 하다가, 보다 개인 관점으로 + 한국 컨퍼런스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바꾸고 효율을 2배 가까이 개선했습니다. 레모네이드 감사합니다..
5.
상반기에는 무한 행사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사실 못지 않게 백서 발간도 많이 했습니다. 24년 상반기에 배포한 백서들은 총 5건으로, 외부 필진과의 협업으로 또는 내부 기획 + 외주 제작사와의 작업으로 등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제너레이션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트렌드와 프로덕트의 교집합 안에서 개인이나 필진의 자유도를 높여 기획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는데요. 제작에 최소 1개월+a 이 소요되는 만큼 건당 타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백서 또한 일종의 (마케팅) 프로덕트로 보고, 적절한 일정 기간 내 목표한 리드 제너레이션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최초 기획 단계부터 하는 방향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일단 많은 다운로드가 발생하려면 기본적으로 [ 1. 인사이트 + 타사 레퍼런스 ] 또는 [ 2. 인사이트 + 업무 템플릿/툴킷 ] 중 적어도 하나의 유형은 충족해야 하는 것 같고요(2 유형은 저희 업 특성입니다). 유명한 저자의 책은 누구나 한 번씩 들여다보게 되듯, 백서 또한 업계 인지도가 보장되는 분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면 이 또한 좋은 마케팅 셀링 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cf) 실제로 눈에 띄게 실패한 백서가 하나 있었는데요. 저희 업계 트렌드의 끝그림(탤런트 마켓플레이스)을 잡고 기획했는데, 리서치 했을 때 국내 경쟁 콘텐츠가 아예 없었습니다. '아직 아무도 하지 않은 콘텐츠면 선점하자'라는 걸로 승인 받아 진행했는데 돌아보니 위의 1과 2 모두 충족하지 못했네요. 또 너무 앞서간 주제였나 싶습니다.
6.
이외 백서 기획 시 고려하는 건 '최소 1년 가량은 다운로드가 일어날 주제 및 내용인가?'입니다. 웨비나와 달리 백서는 홍보 시작부터 완성된 콘텐츠를 쭉 노출해나가는 것이다 보니, 추후 재가공의 한계가 있어 주제 자체의 수명도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팀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책을 판다' 생각하고 마케팅/세일즈 메시지를 미리 고민하는 연습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런 것 없이 좋은 주제라면 다 만들다 보니, 막상 1-2번 배포하면 마케팅할 포인트가 부족하게 느껴져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7.
기존의 프로덕트 페이지 중 하나를 내비게이션 바에서 표현을 교체했는데 인바운드가 늘었습니다(!). 이전에는 트렌드가 반영된 최신 기술 플랫폼임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학습 경험 플랫폼', 'LXP' 등의 표현을 웹사이트 내비게이션 및 상세 페이지에 써두었는데요. 똑같은 프로덕트를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는 Outdated 인 표현인 'LMS' '온라인 연수원' 등으로 바꾸고 해당 페이지 유입과 인바운드 문의가 늘었습니다. 페이지 내용을 바꾼 것도 있지만, 내비게이션 문구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기술의 최신성, 업계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표현이 무엇인지를 잘 캐치해야 불필요한 이탈을 줄일 수 있음을 배웠어요. 서비스의 지향점과 실제 고객 언어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건 어렵군요.. 조만간 상세페이지들을 전반적으로 개편할 예정인데, 이 점을 잘 고려해야겠습니다.
8.
적시의 자동화 메일은 효과적인 인바운드 창구가 됩니다. 매주 인바운드 문의 경로를 체크하다 보면 생각보다 소개서 열람 액션 이후 운영되는 자동화 메일에 고객이 직접 회신하여 문의하는 경우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요. 대단한 내용이 담긴 메일이 아님에도 꾸준히 발생하는 걸 보면, 고객 관점의 적시(온도)를 잘 잡아 인바운드로 이어지게 늘 창구를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
자동화 액션을 통해서는 그 달에 힘줘야 하는 마케팅 액션의 광고 지면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컨퍼런스를 이번 달까지 열심히 모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여태까지는 이메일을 보내는 시점에 특정 세그먼트를 잡아서 즉시성 메일을 발송하는 식이었는데요. 리드 제너레이션은 주 7일 24시간 내내 상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시점이 지나간 다음에 우리에게 유입된 사람에게는 메시지가 닿지 않거나 너무 늦게 발송되는 게 비효율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달의 마케팅'이라는 워크플로우를 걸어, 우리가 원하는 액션을 아직 수행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N일 이후 프로모션 메일이나 문자를 받도록 설정했습니다. 고객의 관심사나 기업 프로필에 기반한 콘텐츠 큐레이션도 좋지만, 사업적으로 힘 줘야 하는 프로모션성 액션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터치되게 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개인화와 상관 없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던...!
10.
최근에 한 번 정리하고 싶은 건 B2B 콘텐츠 기획에 필요한 구체적인 가이드입니다. 마케팅 콘텐츠라는 것의 범주가 넓기도 하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의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상반기를 지나며 마케팅 멤버가 늘어나며, 적절한 교육 세션을 진행하는 와중에 느끼는 건 프로덕트와 잠재고객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 무형의 것을 실체화 하는 이 일련의 과정에 대해 회사 안팎으로 마땅한 가이드가 없다는 겁니다. 모든 콘텐츠에 통용되는 고정된 규칙이나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좋은 기획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위해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일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어쩐 이유인지 모르게 개인적으로 침체된 시기를 지나고 있어, 라면 끓이듯 휘리릭 글을 씁니다. 뭐라도 행동해야 환기되고, 글도 다시 쓸까 해서요. 일을 많이 할수록 한 번 씩 정리하며 거리를 두고 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반기에는 크게는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 기획', '고객 데이터 관리', 그리고 '안 해본 일을 해보고 난 후기(?)' 등을 글로 아카이브하고자 합니다. 종종 약속을 지키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