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쎈타 Feb 26. 2023

Web3 커뮤니티와 예수님 학교

주의: 이 글은 종교적 색채가 없습니다.

본인은 카톨릭이긴 한데, 훈련소에서는 초코파이를 더 받기 위해 교회 성당 법당 모두 다녔었고, 낭만을 좋아하긴 하지만 약간 유물론적 세계관이 있어서 지금은 소위 말하는 냉담자이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석사 졸업 예정인 동창과 함께 이런저런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Web3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했었는데 친구가 "그거 되게 교회 달란트 같다"라고 했다. 난 어렸을 때 성당에 다니긴 했는데 달란트가 뭔지 모르고 기억도 안나고, 성당에서는 안하는건지 교회서만 하는건지 아무튼 아는 게 없어서 좀 찾아봤었다.


그거보다 먼저, Web3 커뮤니티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복닥복닥 모여있다 보면 그게 커뮤니티가 되는 거긴 한데 이걸 좀 사업적 관점으로 접근해서 내가 그걸 일부러 만들고 싶을 수 있다. 우리 브랜드의 팬들의 커뮤니티, 우리 프로덕트의 사용자 커뮤니티, 이런 게 있으면 고객지원에도 마케팅에도 제품개선에도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Web3쪽에서는 초기 커뮤니티를 만들 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뿌리곤 한다. 토큰이나 NFT를 뿌리거나(에어드롭) 초기에 살 수 있는 권리(화이트리스트) 뭐 이런 거를 뿌린다.

하늘에서 돈이 빗발친다!

물론 아무한테나 뿌리는 건 아니고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을 준 사람들, 예를 들면 초대 퀘스트 우수멤버, 게시물 꾸준히 공유한 사람,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에게 잘 대하는 사람 등등에게 주고, 아니면 타겟 고객에게 직접 뿌린다. 예를 들면 내가 게임 프로젝트를 런칭하는데, 이미 다른 게임 하는 사람한테 우리 게임 NFT를 주면서 오라고 하면 그것이 바로 타겟 마케팅이니까.

이게 처음 줍줍할 때는 가격이 낮은데 곧 hype boy를 부르며 차트가 우상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주는 거라고 봐도 되고, 이런걸 꼼꼼히 하는 Web3 피플들은 체리피킹을 하기 위해 이런 퀘스트들을 정말 열심히 하며 우수멤버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한다.


근데 프로젝트들의 입장에서 이런 에어드롭의 결과는 폭망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에어드랍을 실시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의미있는 유저 리텐션 확보에 실패했고 초기 커뮤니티에 주어진 재화는 80%이상이 지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에 덤핑되었다고 한다.

$UNI의 케이스. CAC $351M 써서 리텐션 1%을 얻었단다. 출처: Banklesshq

이 결과를 계속 지켜본 후발 프로젝트들은 이제는 에어드랍을 잘 안하고, 한다 해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하며, 커뮤니티 자격을 되게 깐깐하게 건다. 우리를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줬더니 받자마자 팔고 달아나는 건 프로젝트 빌더들에게는 참 슬픈 일인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Web3는 스캠도 많고 판도 빠르게 바뀌다 보니 내 손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에어드랍이 내일이 되면 똥값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바로 팔아도 짭짤하기도 하고. 또 애초에 체리피킹만 하려고 작정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끼리 인터넷으로 만나서 돈벌려고 으쌰으쌰했는데 돈 벌었으니 뭐 더 볼 이유가 어딨겠는가?


근데 교회 달란트 제도도 뭐 특별한 건 없었다. 어렸을 때 포도알 판에 스티커 받기 위해서 숙제 잘해가고 준비물 잘 가져가는 딱 그거였다. 근데 인제 이 달란트를 잘 벌어두면 언젠가 교회에서 열리는 달란트 시장에서 슈퍼킹왕짱 로봇을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신기한 건 단순하게 보면 둘 다 인센티브 전략인데 에어드랍 전략은 실패로 판명나서 이런 저런 수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달란트는 아주 견고하게 자리잡아서 오래오래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런 거 파는 마켓도 엄청 많더라


나는 인센티브 구조보다는 교회라는 환경이 요인이 더 크다고 보는데


1. 오프라인이다.

오며 가며 친구들도 보고 옆집 아줌마도 보고 이게 사람이 살 부대끼면서 얼굴보는 거 무시 못한다. 채팅방 너머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제도 밥먹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종교활동 함께 하면서 할 거 다 한 사이가 당연히 더 소중하다.


2. 그룹화된 활동

일부로 조를 지어서 활동을 시키는데 그냥 얘도 내 친구 쟤도 내 친구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같은 조에 있으면 더 친해지고, 그들과 같이 협동해서 시간을 쓰면서 뭔가를 하는 과정은 넓은 인맥 중 특정 관계를 더 깊게 만든다.


3. 명확하고 통일된 목적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은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나오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총정리를 해서 두 가지로 정리하자면, 중년게이머 김실장님께서 말씀하신 시간, 비용, 관계의 매몰비용 문제가 커뮤니티 구축에서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늘려야 하는 과제가 한 가지가 있겠고,

https://youtu.be/-dLMKCzeCPQ

체리피킹을 하려고 들어오는 유저를 잘 걸러내거나, 체리피킹을 하려고 들어오는 유저조차 진성 커뮤니티원으로 만드는 어떤 교육과정, 감화과정 같은 것들이 잘 설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게 다른 한 가지가 되겠다. 


둘 다 잘 해내기는 어렵겠지만, 해내면 멋진 커뮤니티 매니저가 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