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쎈타 Mar 15. 2023

프로덕트의 목적과 유저의 목적

왜 내가 알던 그대로 있어주지 못하니

오늘 토스에 대한 트윗을 봤다. 

https://twitter.com/babbuedababba/status/1635199853050630146


토스를 굉장히 즐겨쓰고, 이런 UX를 실현하는 팀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기까지 한데,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것.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프로덕트는 보통 하나의 강력한 문제에서 시작한다. "택시 잡는 거 엿같애!"에서 우버가 시작되었고 "한국 송금 엿같애!"에서 토스가 시작되었다. 강력한 문제가 현명한 솔루션과 만나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그 프로덕트가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돈을 버는 건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 문제를 해결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덕트는 결국 돈을 벌기 가장 효과적인 쪽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결국 UX에 영향을 끼친다.


말이 좀 복잡해졌는데, 간단하다. 먼저 메타를 생각해보자. 메타는 소통의 가치를 내세우곤 하지만, 유저들이 소통을 함으로써 메타가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사람들도 거기에 과금하지 않는다. 메타는 광고와 데이터로 돈을 번다. 유저에게 있어서 목적인 소통은 메타에게는 트래픽을 만들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프로덕트가 고도화되면 결국 자신의 목적을 택하게 되어 있다. 논란이 되었던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UX에 큰 실패를 겪었다.


다시 토스로 돌아가보자. 토스는 진짜 '이게 왜 금융앱에 있어?' 싶은 기능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주민센터 대신 증명서를 발급하는 기능이 있고, 약 먹는 시간 알리미가 있으며, 만보기도 있다. 얼마 전에는 채팅방이 있다가 사라졌고, 최근에는 크게는 통신사를 냈으며, 작게는 공동구매와 ChatGPT를 들여왔다. 이런 소소한 기능들은 모두 '전체'탭에 짱박혀있다. (왜 검색기능이 없는지 모르겠다.)


잘 모르지만 아마 내부에서 리텐션에 대해 강력한 압박이 있는 것 같다(Carrying Capacity의 중요성을 주창하는 팀이니 당연). 이게 아주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혜택'탭인데, 한 두 자릿 수의 현금을 미끼로 영양가없는 인게이지먼트를 유도한다. 아무리 봐도 금융의 혁신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이게 무려 2번째 탭에 있다.

진짜 다양하다.


토스는 편한 송금앱으로 시작했지만 송금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 오히려 송금을 무료화했으니 잃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송금을 넘어 주식도 생기고 뱅크도 생겨서 금융앱으로 바꾸었는데, 주로 금융상품의 '광고'로 돈을 번다고 알려져있다. 광고는 결국 트래픽이고, 인게이지먼트다. 이는 다른 금융사들의 BM이 수수료 체계이기 때문에 금융상품 자체에 집중하고, 인게이지먼트 유도에 아주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3초 기다려서 3원 받기를 왜 넣겠는가?


두 케이스 모두가 광고인데, 실제로 온라인 광고 시장이 큰 만큼, 핵심 피쳐를 무료화하고 트래픽 장사를 해서 광고로 BM을 삼는 경우가 엄청 많다. 광고의 존재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인데, 돈을 낼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문제를 해결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프로덕트가 점점 지저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근데 이거 다 유저의 몫이다. 싫으면 돈내고 써야지 뭐.

작가의 이전글 이번 주 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