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동화
크리스마스 이브날 겨울왕국에는 함박눈이 쏟아져내렸어요. 날이 너무 추워서 눈송이 요정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기지도 못하고 모두 집안의 벽난로 근처에서 깜박 졸고 말았어요.
그런데 한 눈송이 요정만은 눈을 또랑또랑 뜨고 창밖을 바라봤답니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렸어요. 바로 눈꽃 요정을요.
눈을 뜬 눈송이 요정은 눈꽃요정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눈꽃요정과 약속했죠. 우리 다른 요정들이
차가운 눈발이 되어 세상을 얼려도 우리만은 따스한 체온으로 세상에 온기를 전하자고. 그리고 이브 자정에 눈송이 요정과 눈꽃요정은 꼭 1년 만에 다시 만났답니다. 그리고 둘은 손을 꼭 붙잡고 겨울왕국 곳곳의 지붕에 내려앉았어요. 그리고 추위에 덜덜 떠는 다른 눈송이 요정들에게 따스한 온기와 사랑을 전파했답니다. 바로 몸 안에 간직한 양초와 핫팩을 숨겨서요.
둘은 그렇게 제 몸을 녹여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다른 눈송이 요정들은 이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죠.
다음 해 봄이 되어 겨울왕국에는 푸르른 새싹과 꽃이 피어났어요. 그중에는 늠름한 눈송이 요정과 아리따운 눈꽃요정의 체온과 영혼도 담겨있답니다. 그들은 봄여름가을을 보낸 후 다시 겨울왕국에 매서운 겨울이 찾아오면 또다시 집집마다 지붕에 날아다닐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