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선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Dec 28. 2024

악마와 미스프랭 中... 천국과 지옥    한 사내가

악마와 미스프랭 中... 천국과 지옥

 


 한 사내가 말과 개를 한 마리씩 길동무 삼아 데리고 길을 가고 있었단다. 도중에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난 그는 말과 개를 데리고 큰 나무 아래로 피신했지. 그 순간 번개가 그 나무에 떨어지는 바람에 몽땅 타죽고 말았어. 그런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내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지. 그래서 그는 두 길동무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어. 죽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거든.....

 

...중략...

 

 그 사내와 말과 개는 뙤약볕 아래서 어떤 산허리를 힘겹게 걸어올라가고 있었어. 그들은 땀에 흠뻑 젖고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지. 한 길모퉁이를 돌자, 그들 눈앞에 멋진 대리석 문이 나타났어. 그 문 안에는 광장이 보였는데, 바닥이 금으로 포장되어 있고 한가운데에는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었지. 남자는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다가가 인사했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경비병도 인사했지.

 '이 멋진 곳은 도대체 어디죠?'

 '여기는 천국입니다.'

 '천국에 오다니, 이런 행운이! 우린 목이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선생님, 물은 들어오셔서 마음껏 드십시오.'

 경비병이 샘을 가리키며 말했지.

 '제 말과 개도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짐승들이 들어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데요.'

 사내는 무척 목이 말랐지만 혼자만 물을 마실 수는 없었어. 그는 실망감을 감추고 경비병에게 인사하고는 길동무들을 이끌고 다시 길을 떠났지. 있는 힘을 다해 산비탈을 한참 걸어올라간 후에야, 그는 양쪽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흙길을 향해 난 작은 쪽문에 도착했단다. 그 늘어선 나무들 가운데 한 나무 그늘에 어떤 사내가 모자로 얼굴을 덮은 채 누워 있었다는구나.

 '안녕하세요.'

 여행객이 말했어.

 사내는 졸고 있었던 터라 그냥 고개만 끄덕여 대답했지.

 '저희 일행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저기 바위들 보이죠? 저 바위들 틈에 샘이 있으니 가서 마음껏 마셔요.'

 말과 개를 데리고 가서 실컷 갈증을 푼 그는 서둘러 사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

 '원하시면 언제든지 다시 오세요.'

 사내가 말했지.

 '그런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죠?'

 '천국이오.'

 '천국이요? 저 아래에 있는 대리석 문에 서 있던 경비병 말로는 그곳이 천국이라고 하던데요?!'

 '아뇨, 저 아래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입니다.'

 '이해할수가 없군요. 감히 천국의 이름을 도용하다니! 그럼 혼령들에게 혼란이 생겨 당신에게도 누가 될 텐데요?'

 '천만에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죠. 가장 좋은 친구들을 버리는 몹쓸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남게 되니까요......


*인생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면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