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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30. 2024

까르띠에 전시회를 다녀와서

보석과 명품, 인생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잡지를 보다가 보석 브랜드인 까르띠에 전시회가 DDP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석과는 거리가 멀지만, 호기심에 가보고 싶어서 다녀왔다. 수억 원은 할 것 같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등으로 화려하게 세공된 목걸이며 반지를 보고 있자니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레이스 켈리처럼 결혼 선물로 화려한 보석을 선물을 받는 헛된 공상도 해보았지만, 그건 잠시 해본 망상으로 그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값비싼 보석을 선물로 해 줄 사람도 없지만, 만약에 받는다 해도 나는 그 비싼 패물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 것 같다.     


전시회를 보면서 여자들의 로망이라는 까르띠에의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이 깃든 역사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긴 했지만 한 편 그 화려함에 압도되어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삼엄한 감시 속에 관람한, 약 2조 원의 가치가 나간다는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나에게는 비싸면 비쌀수록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최고급 호텔에서 비싼 선물로 프러포즈받은 것을 SNS에 자랑하는 것이 꼭 사랑의 증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하겠다는 끈끈한 의리와 신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초호화 결혼식을 열었다 해도 작은 어려움에 휘청거리고 이혼하고 말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까르띠에 보석들


보석을 주제로 생각하다 보니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 <보석>과 <목걸이>가 떠올랐다. <보석>과 <목걸이> 둘 다 인간의 허영과 거짓, 허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보석>은 정숙하고 검소하다고 믿었던 죽은 아내가 사실은 그 반대였으며 아이러니하게 그로 인해 부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고 <목걸이>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친구에게서 빌렸다가 잃어버려서 그를 되갚기 위해 10년을 허송세월한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진짜라고 믿었던 목걸이가 가짜였으니 말이다. 모파상의 단편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런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 추악함 같은 불편한 진실을 많이 써 내려간 것 같다. 작가 자신이 성에 탐닉하고 굉장히 우울한 생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런 소설을 쓴 걸까? 에드가 앨런 포, 안톤 체호프와 함께 세계 3대 단편 소설가로 손꼽히는 작가이니만큼 또 다른 소설도 많이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운동가들은 명화나 세계유산에 과격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지구환경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서고 있는 현재, 값비싼 보석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싶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상에서 쌓아 올리는 나의 작은 생활 습관과 바람직한 소비, 소박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는 예전 6·25 전쟁 때처럼 먹고살기 어려워 풀뿌리를 캐 먹는 일은 없지만, 비교와 열등감으로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나의 내면을 알차게 만들어 내 인생을 보석처럼 세공해 나가는 건 어떨까? 그 어떤 명품보석보다 아름다운 인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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