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강가의 아틀리에>
예술가들의 문장을 보면서 지금 내 삶을 있는 이어나갈 용기를 얻는다. 지금처럼 - 그렇게 - 그래도 - 괜찮다고.
그림은 나의 일이고 술은 휴식이니까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 한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니까.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서 다 써버릴 작정이다. 저 멀리 노을이 지고 머지않아 달이 뜰 것이다. 나는 이런 시간의 쓸쓸함을 적막한 자연과 누릴 수 있게 마련해준 미지의 배려에 감사한다. 내일은 마음을 모아 그림을 그려야겠다. 무엇인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장욱진, <강가의 아틀리에> 1965.8-
여전히 그리지 않았던 어제와 역시나 그리지 않을 것 같은 내일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오늘이 반복된다. 그리지 않는 오늘이 괴로운 나날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삼십 대가 된 지금까지 그림 일을 하며 사는 내가 태어나 한 번도 제대로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믿겠는가?
올겨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전시장을 찾아가고 매일 작가들의 편지와 일기를 읽었다. 나보다 먼저 그리며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그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배짱을 얻고 외로움을 덜었다.
어리석게도 여전히 그림을 붙잡고 있는 내가 아주 더딘 걸음일지라도 매일 앞으로 나갈 힘을 얻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내일은 나도 무엇인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