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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단 정선옥 Nov 16. 2024

17년 만의 출근 (첫번째)

의도하지 않은 취업


1. 의도하지 않은 취업

2. 내 자리가 없다고?

3. 오후에는 시간이 안돼요!

4. 미투의 빈자리로

5. 교감*

6. 드디어 방학에도 돈을 받는구나!

7. 이게 아닌데...?    




      

1. 의도하지 않은 재취업

    

올 A라니!

성적표를 보고 또 보아도 분명 올 A 맞다.

비록 A 마이너가 몇 개 포함됐었지만 모두 A 맞다.

이렇다면 겨우 학사경고를 면해서 누구에게도 보일 수없던 대학 때의 성적표를 세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나이가 50이 되었을때 일어난 일이다.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3학년에 편입해서 일어난 일인데 그때 배웠던 ‘장자’ ‘그리스 로마신화’ '여성의 삶과 문화'과목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주 재미있게 들었고 교수님들의 점수도 후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한 성적표를 이용해서 청소년학과 3학년으로 재편입했다.

청소년학과는 청소년 상담사와 지도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학과여서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천하무적

올 A의 성적표로 무사히 편입했다.     

사실 방송대 공부는 육아에 지쳤을 때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실패했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방황하던 나는 무언가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재 취업하고는 상관없이 방송대에 편입했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은 나를 안정시켰다.


흥미진진했던 문화 교양학과와 달리 청소년학과는 재미가 없었고 당연히 학점도 3점대에 머물렀다.

고생을 하면서 1년을 버텼더니 4학년이 되어있었고 한번 더 1년을 버텼더니 졸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도전과 방황을 멈추고 싶어서였지만 마무리를 짓고 나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써먹어야 하지 않을까? “

'죽어라고 버텼는데 뭔가 보답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이 흘러가더니만 나는 어느새 경기도와 서울 교육청 구인 구직 란을 뒤지기 시작했다.     


2. 내 자리가 없다고?  

   

요즘 중고등학교에는 내가 배우고 가르치던 때와는 달리 ‘진로’라는 과목이 생겼다.

진로에 관한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수업시간도 따로 있어서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소개와 진로, 진학에 대한 교육을 한다. 성적과는 무관하지만 생활기록부에 활동내용을 적을 수 있다.

대학에서 전공이 있어서 진로 교사를 양성하지는 않고 기존 근무하시던 샘들 중에서 희망자를 선별해서 과목 변경 연수를 통해서 진로 교사 자격증을 발급한다. (현재는 바뀌었을 수 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예전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현역 교무주임으로 근무하는 친구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진로 기간제 샘을 구하는데

너무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순간 머리가 형광등처럼 번뜩였다.

“지원 자격이 어떻게 되는데?”

“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지원은 할 수 있어!”

“그래!!!!!”

물론 친구의 학교에 지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아주 유익한 정보였다.  

   

교육청 구인구직란에 진로라고 검색을 해보니 몇 군데 지원이 가능했다.

나는 12년 경력의 전직 교사이고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5년 정도 상담 봉사를 한 경력도 있다.

우선은 기간제보다는 시간강사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력단절이 17년인데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이다.

처음에 면접을 보러 간 학교는 서울에 오래된 사립 중학교였고 아이들이 줄어드는 지역이라 한 학급에 14명의 학생이 있는 작은 학교였다. 이사장이 직접 면접을 보았는데 나의 경력단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시강 (모의 수업)을 보고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작은 유인물을 준비한 수업 내용이 마음에 들고 목소리톤이 교사스러웠다고 나중에 들었다.

아마도 목소리톤은 전화상담 봉사를 오랫동안 해서 가능했던 거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있는 모중학교에 일주일에 6시간 한 학기 시간을 배정받았다.


첫 면접에 합격한 나를 주위에서는 모두 신기해했고 특히 가족들이 기뻐했다.

나는 사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첫 출근을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에게 교감과 진로 부장은 내 자리가 없다고 한다.

지난번 시간 강사도 자리 없이 근무했다고 하면서 휴게실 한쪽에 빈자리를 손 짓했다.

그곳에 가방을 두라는 것 같았다.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 14명이 앉아있었다.

너무 긴장이 돼서 목소리톤이 자꾸 내려가고 설명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진로 수업은 얼마나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다.

면접 합격 이후 교재 연구에 몰두했던 내 수업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 재미없어지고 있다.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모르게 한 시간이 흘렀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서 다음시간을 다려야했다.

수업이 연달아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시간 공강이다.

나는 시간수로 페이를 받기 때문에 공간은 그만큼 큰 손실이지만 처음이라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휴게실로 내려와 보니 선생님 한 분이 다른 학생과 상담 중이었다.

나는 게실을 나와야만 했다. 그 휴게실은 다용도로 두루두루 사용하는 공간이어서 내가 계속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학교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들러보는데 처음에는 기분 전환도 되고 좋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맞추어 학교로 돌아가 두 번째 수업에 들어갔다. 두 번째에는 좀 힘을 빼고 아이들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첫 수업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세 번째 수업은 연달아 있는 연강이어서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10분 휴식 시간이 휴식 시간이 되지 못하고 휴식 시간 내내 어디에 앉아있어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그동안의 근심걱정은 교재연구였지만 내 자리가 없으니 어디에 있다가 수업에 들어갈지가 주요 고민으로 등장했고 자존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2주간의 수업을 끝으로 사정상 계속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끝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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