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민이란 음악가는 <Goodbye Again> 을 통해 처음 알았다. 1960년생의 피아노 연주자 및 작곡가로 재즈와 뉴에이지 장르의 곡을 만드는 사람이다. 동덕여대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피아노 선생님이 정통 재즈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걸 한번 쳐보자며 악보를 주셨는데 초견으로 칠 때는 그냥 굉장히 서정적인 음악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레슨이 끝나고 그 곡을 애플뮤직에서 찾아 들어보았을 때는 김광민 씨가 생각보다 연주를 빠르게 해서 놀랐다. 그리고 곡을 연속해서 계속 듣게 되었다. 너무 좋았다. 서정적인 멜로디라고만 생각했던 선율에 슬픔이 들어있었다. 제목은 영어 제목으로는 <Goodbye Again>이지만 한국어 제목으로는 <다시 만날 때까지> 인데, 영어 제목으로는 두 번 이별하는 것 같지만 한국어 제목으로는 다음 만남을 어렴풋이 기대하는 것 같아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적 구성은 일단 처음에 노래하듯 주제 선율이 한번 나오고, 메조포르테로 쿵 하고 한번 강조를 하며 짚어준 다음 처음에 나왔던 선율이 조금 더 화려한 화음으로 펼쳐지는 식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아노가 되면서 다른 선율이 나오는데, 점점 크레센도로 올라갔다 다시 줄어들었다 하면서 긴장감을 주다가 이번엔 포르테로 주제 선율이 다시 나온다. 늘임표로 몇 번 여운을 줄 듯 말 듯 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마지막에는 음량을 조금 줄여 메조포르테로 주제선율을 연주한 뒤 리타르단도로 느려지면서 섬세한 터치로 곡을 끝낸다.
곡 소개에 따로 나와있을 정도로 왼손과 오른손이 겹치는 음이 많아서 조심해서 운지해야 한다. 왼손의 움직이는 폭이 크고, 1페이지에서 음 간격이 꽤나 큰 화음도 있기 때문에 손이 큰 사람이 치기 더 수월한 곡이다. 나는 그 음 간격이 큰 부분에서는 한 손으로 짚을 수가 없어서 떨어트려 치는 방식으로 연주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심하게 이상하지는 않다.
중간의 메조포르테 부분이 꽤나 어렵다. 포르테에서는 내 감정을 더 많이 보여주면 되고 피아노에서는 잔뜩 긴장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터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치고 있기는 하지만 메조포르테는 당최 어떻게 쳐야하는지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노래하듯이 시작해서 말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처럼 이어 쳐야 하는 것 같은데 메조포르테 부분이 시작할 때 한 번 쿵 하고 강조해주는 음들이 나와 자칫하면 포르테로 돼버리기 쉽다. 이것은 조금 더 연습을 하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갑자기 피아노가 되면서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가 나오는 부분은 오히려 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 부분은 정말 아름답게 쳐야만 한다. 곡의 중간에서 강약을 조절해주는 키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화음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미스터치도 조심해야 한다. 늘임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긴장감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갈 듯 말 듯 망설이다 가는 식으로 여운을 충분히 둘 필요가 있다.
나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 곡을 치다가 포르테 부분에서 컨트롤을 놓치고 울 뻔한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피아노로 통곡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이 곡이 가진 힘이겠지. 조심스럽게 시작해서 조금씩 감정을 이끌어내다가 후반부 포르테 부분에서 그냥 울어버리는 것. 왜 이 선율이 이토록 슬픈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번째 안녕을 고하는 제목을 생각하며 나의 기억 속으로 접속하면 슬픔이 연주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게 된다. 그때 정신을 차리고 미스터치를 조심해야 한다.
아직 연습 중이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곡이지만 악보도 어느정도 외웠고,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내 경험을 대입하면 이 곡의 화자는 상대방을 영영 못 만났으면 한다. 그러면 그 슬픔이 좀 더 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영원히 만나지 못하겠지, 다시 한 번 안녕. 눈을 감고, 실수가 아니라 정말 인연이 아니어서 끝끝내 헤어져야 했던 인연을 생각하며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