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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윤 Jan 21. 2022

재즈피아노 일기 #2

아침에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한시간 받고 유산소 운동을 40분 한 다음 바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재즈아카데미로 왔다. II V I open voicing A, B form을 연습하고 몇 개의 스탠다드곡을 open voicing 으로 치고, Fly Me to the Moon, Wave 를 연주했다. Wave는 오랜만에 쳐서인지 잘 쳐지지가 않아서 애를 먹었다. 그 다음 2옥타브 스케일을 12키로 메트로놈에 맞춰서 치고 4옥타브 스케일 12키를 쳤는데 여기까지 하고 나니(약 1시간 10분이 지나 있었다. 피아노 수업은 보통 1시간 반이다) 아 진짜 힘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10개월의 재즈피아노 수업에서 처음으로 쉬는 시간을 1분 정도 받은 뒤 바로 Micky Mouse Club March라는 행진곡을 쳤는데 박자도 딱딱 맞게 춰야 하고 화음도 많고 기본적으로 크게 쳐야 하는 곡이라 1시간 반 수업이 끝나고 나니 체력 소모의 정도가 거의 1시간 운동하고 나온 수준이었다. 피아노 오래 치려면, 그리고 잘 치려면 체력이 일단 뒷받침 되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4옥타브 스케일이었는데 일단 한번 4옥타브를 올라갔다 내려오려면 피아노 거의 전체를 써야 하고, 손가락 번호와 음 간격(속도)도 신경 쓰면서 쳐야 하기 때문에 정신력과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처음 4옥타브를 치라고 했을 때 “네? 4옥타브요?” 라고 되물을 정도로 나는 조금 당황했는데 나는 2옥타브 스케일도 사실 일정하게 잘 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케일 연습은 재미가 없어서 연습을 제대로 안 해서겠지만. 4옥타브 스케일 12키를 치고 나서 선생님은 이건 메이저 스케일이고 마이너 스케일도 있고 또 다른 중세 시대에 쓰인 스케일이 몇 개가 더 있어서 12키를 다 합하면 한 80몇 가지가 된다고 하셨다. 그때 내가 재즈 전공 입시준비생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80몇 개의 스케일이 말이 되냐구요. 80개라고 가정했을 때 (그보다 많다) 한 번 왔다갔다 할 때 30초가 든다고 생각해도 40분이 걸리잖아요?

 재즈피아노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태산인데 처음에는 재즈 화성이 엄청나게 수학적이라는 점에서 신기했고 여러 가지 진행을 배우면서는 그게 어느정도는 감이나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습관으로 커버된다는 점에서 또 신기했다. 예를 들어 오늘 연습한 II V I B form 진행의 경우 오른손 운지에서 굳이 7,3 / 3,7 / 7,3을 매번 생각하지 않아도 반음씩 음이 내려가기 때문에 이런 운지로 내려간다고 익혀두면 그냥 자연스럽게 칠 수 있었다. 스탠다드 재즈곡들을 open voicing으로 칠 때는 조금 더 생각을 해야하긴 하지만 그 역시 C7이나 G-7 같이 쉬운 코드는 어느 정도는 그냥 내리치더라도 맞곤 해서, 주관식을 찍었는데 정답을 맞춘 학생처럼 기뻤다.

 결론은 하난데, 재즈피아노가 참 (어렵고) (힘들고) (골치아프더라도) 재밌다는 것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 취미를 일 년 가까이 해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그 취미가 정말 재밌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연히 선생님하고도 잘 맞는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말이다. 목표는 이제 조금이라도 연습시간을 늘리고 가능하면 레슨시간도 늘리는 것인데, 전공의 생활 중에 그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전공의 생활 하면서는 1-2주에 한 번씩 꾸준히 수업 받고 자주 연습하기가 목표. 이렇게 느슨하게라도 5년 이상 연습하고 연주하다 보면 그간 배운 내용을 응용해서 언젠가 즉흥연주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때까지 열심히 또 느슨하게, 재즈 피아노 일기를 써야겠다. 아 오늘 정말 힘들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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