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있잖아, 난 요즘 엄마가 많이 궁금해.
엄마는 혼자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회사에 가 있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 자주 보는 아줌마들이랑은 사이좋게 잘 지내는지, 걱정은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난 요즘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
엄마, 작년에 내가 참 많이 아팠잖아. 장염에 걸려 수액을 맞고, 감기는 뭐 밥 먹듯이 걸렸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위염도 생기고, 하다 하다 갑자기 어깨에 염증까지 생겨서 약을 먹고 물리치료도 한참 받으러 다녔었지.
이런 나 때문에 엄마의 걱정 어린 잔소리는 집안 곳곳에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어. 엄마는 내가 너무 자주 아프니까 걱정을 하다못해 초능력자가 되었더라. 내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가 사례에 걸려 기침을 했을 뿐인데, 어떻게 안방에 있던 엄마가 굳게 잠겨있던 내 방문에서 흘러나오는 그 작은 기침 소리를 듣고는 달려올 수 있었을까. 내가 감기에 걸린 건 아닌지 묻더니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팔팔 끓는 생강차를 마시라며 들고 올 수 있었을까. 나 솔직히 엄마가 가끔은 너무 유난이다 싶었어.
언젠가 퇴근하고 지친 몸을 식탁에 빨래처럼 널어놓고 나는 또 저녁을 대충 때울 생각으로 아마 초콜릿을 먹고 있었던 것 같아. 엄마가 앞에 앉더니 나의 나쁜 식습관과 건강을 챙기지 않는 모습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어. 나는 듣기 싫다는 표정과 함께 말을 가로막으며 “아, 엄마 알았어. 그만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 엄마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넌 모르지. 네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라고 말했어. 순간 눈물이 가득 찬 자신의 눈을 나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엄마를 보고, 나도 애써 보지 못한 척 “알겠어. 진짜 건강 챙길 게 엄마.”라고 멋쩍게 대답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때가 엄마가 산에서 내려오다 어깨가 부러져 수술을 받고 2주 동안 입원하고 퇴원 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더라. 그때도 엄마는 어깨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였는데 내가 아파서, 심지어 그저 약한 감기 기운이었을 뿐인데, 억장이 무너진다 했어. 엄마는 불과 얼마 전 긴 입원이 필요한 수술을 받았었는데 그때 나는 억장이 무너졌었나 생각했어.
그때부터였나 봐. 당연하게 생각했던 엄마의 모든 행동이 궁금해.
생리통이 유난히 심해 누워만 있던 날, 엄마는 자기를 닮아서 생리통이 심한가 보다고 미안해했어.
엄마, 왜 엄마가 미안해?
우리 가족은 엄마 말고는 아무도 교회를 안 다니는데 엄마는 주일마다 가끔은 새벽과 저녁에도 교회에 가서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해. 엄마, 엄마를 위해선 어떤 기도를 해?
내가 용기가 없을 때마다 겁먹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라고 네가 뭐가 모자라냐고 엄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응원과 칭찬을 퍼붓곤 해. 엄마, 엄마는 용기가 나지 않을 때 누구한테 힘을 얻어?
외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간지 벌써 12년이 되었어. 엄마,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존재가 없어진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아직도 외할머니 이야기만 하면 우는 엄마인데 마음이 단단해지는 날은 언제 와? 아니, 오긴 올까?
엄마는 지금 내 나이보다 세 살이나 어렸을 때 나에게 세상을 선물해 줬어. 너무나 꽃 같은 나이에 나한테 본인 인생을 줬어. 그때부터 엄마는 날 항상 궁금해했는데 이제서야 난 엄마가 많이 궁금해 그래서 참 많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