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디즈니 플러스는 망 사용료를 낼까?
"넷플릭스의 고화질 스트리밍을 가능케 한 것은 SK브로드밴드일까? 아니면 넷플릭스일까?"
"네트워크 통신 비용은 과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둘 중 누가 부담해야 할까?"
아직도 '망 사용료' 논쟁은 뜨겁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장기화된 망 사용료 논쟁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Disney+) 역시 한국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왜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넷플릭스는 이 망 사용료에 대한 강요가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하는 것일까?
그들의 망 사용료 논쟁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도 점점 넷플릭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입장에서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회선 설치 및 이용료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 측에서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 요청했고,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거부하며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20년 4월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올해 6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항해 7월 15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강요는 인터넷 생태계 및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하는 판결"이라며 서울 중앙 지방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과연 망 사용료는 무엇이며, 그들은 어떤 근거에 입각해서 그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논쟁을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인터넷은 과연 무료인가, 유료인가'의 문제이다. 청소년 요금제를 사용하던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알'이 없으면 '알'을 충전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보내는 문자 메시지만큼 없어지는 알을 계산하며 문자 하나도 아껴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을 연결하면,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 이미지, 파일, 심지어 영상까지도 무료로 전송하고 있지 않던가.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터넷이 무료이기 때문이 아닌가?
먼저 간단하게 인터넷(Internet)의 작동 원리부터 살펴보아야겠다.
우선, 두 개의 컴퓨터를 연결해 통신한다고 생각해보자.
두 개의 컴퓨터만을 연결할 때에는 하나의 케이블만 있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10개의 컴퓨터를 연결해야 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총 (10X9/2) 개인 총 45개의 연결 회선이 필요할 것이다. 계속해서 모든 컴퓨터를 연결해야 한다면 과연 전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이 가능할까?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케이블로 연결하는 대신 '라우터'를 통해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식이 만들어졌다.
'라우터'를 이용하면 총 10개의 컴퓨터를 연결할 때, 총 45개의 케이블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라우터 한 개에만 각각의 컴퓨터를 연결해두면 되기 때문에 10개의 케이블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 라우터는 또 다른 라우터와 연결됨으로써 더 많은 수의 컴퓨터들을 연결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인터넷(Internet)의 정의를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은 "Network of Networks"에서 시작된 단어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라우터들을 통해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때, 각 라우터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들이 가지고 있는 주소인 IP주소를 확인하고 데이터 패킷을 전달한다. 컴퓨터들끼리 모두 연결되어 있을 필요 없이 라우터로만 연결되어 있으면 인접한 라우터를 통해 데이터가 전송된다.
이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ISP업체 : Internet Service Provider, 국내의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들은 라우터들과 라우터들을 서로 연결하고 또 이를 해외의 라우터들과도 연결함으로써 상위 라우터들과 연결하며 망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위의 인터넷의 원리 속에 최초의 '망 중립성' 원칙도 담겨 있다. 우리는 라우터에 연결하는 비용은 '인터넷 접속료'라는 항목으로 지급하지만, 라우터로 연결이 되어 있다면 패킷이 전송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는다. 즉, 인터넷이라는 개념 자체가 라우터를 이용해 무한히 확장되는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서로의 주소를 알고 라우터로 연결만 되어 있다면 데이터를 차별 없이 전송한다는 '망 중립성'의 원칙이 이곳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Net, 망)을 통해 발생한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 사업자(ISP업체)가 대상, 내용, 유형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Neutrality, 중립성)을 의미한다. 즉, 통신 사업자가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어떤 데이터에 대해서는 더 빠르게 전송될 수 있도록 하거나, 혹은 어떤 데이터는 전송되지 못하도록 임의로 차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을 볼 때 차종이나 적재량 등과 관계없이 동일 속도로 차들이 운전할 수 있도록 한 동일 속도의 차선은 '망 중립성'이 적용된 인터넷 환경이다. 즉, 콘텐츠의 질이나 양 등과는 별개로 기타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인터넷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오른쪽 그림의 '망 중립성'이 없는 인터넷을 보자. 추가 요금을 내는 차들에게는 더욱 빠른 속도를 허용하는 '고속 차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차들은 저속 차선에서 뒤엉키게 되어 더 느린 속도로 갈 수밖에 없다.
망 중립성의 원칙보다 실제 현실 상황에서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들어보자. 그들은 자율주행이나 원격 의료와 같이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먼저 고속 차선을 이용하고, 그 외의 분야에서는 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중요도에 따라서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망 사용에 대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택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중요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위한 데이터보다 원격 의료나 자율주행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중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위급한 상황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소통이 원활하고 빠르게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고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SK브로드밴드는 왜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게 되었을까? 인터넷이 성립하게 된 원칙이 '망 중립성' 원칙일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SP에서 '망 사용료'를 필요로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된 이유는 트래픽의 급격한 증가이다. 19년도를 기점으로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와 사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SK브로드밴드는 망 유지 비용과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갔던 것이다.
위의 '도로'의 예로 다시 들어 보면, 원래는 2차선이었던 도로가 트래픽 증가로 인해 4차선, 8차선이 필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SK브로드밴드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망 투자에 대해 콘텐츠 업체에서도 일정 부분 망 사용료 형태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트래픽 사용량은 구글(25.9%), 넷플릭스(4.8%), 네이버(1.8%), 카카오(1.4%), 웨이브(1.2%) 순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인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웨이브를 합친 것보다 넷플릭스의 트래픽량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화질의 영상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ISP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넷플릭스로 인해 증가된 트래픽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것을 '캐시(Cache) 서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캐시 서버란 쉽게 말해서 콘텐츠의 '복사본'을 설치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해외 서버에서 해저 케이블을 통해 한국으로 전송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더 많은 캐시 서버를 설치함으로써 트래픽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SK브로드밴드에서는 망을 이용하는 사용료 자체를 요구하고 있고, 두 업체 사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디즈니 플러스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그들은 넷플릭스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무상으로 사용하는 캐시 서버와는 다르게 그들은 별도의 CDN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망 대가'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지급하고 있는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미국과 유럽에서도 사용하고 있던 방식을 한국에서도 사용하는 것을 숙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때, CDN 사업자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ontent Delivery Network 또는 Content Distribution Network)로,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통신 사업자(ISP)와 직접 망을 연결하고, 통신 사업자(ISP)에는 데이터 트래픽 용량에 따라 전용 회선료를 지불한다. 즉, 통신 사업자로 거치는 중간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인 것이다.
물론, 아직 디즈니 플러스가 통신사들과 어떻게 계약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한국에서는 망 사용료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출시 전이기에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사실 현재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이기에 디즈니 플러스 역시도 상당 부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 플러스(Disney+)가 망 사용료를 지급하게 된다면, 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플랫폼들과 OTT 플랫폼들 역시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하게 될까?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원칙과 실리 측면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되고 조금씩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참고]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3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