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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문작가 Sep 15. 2021

과학과 마법이 헷갈릴 때

클라크의 3법칙 감동하며 이해하기






클라크의 3법칙 :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Arthur C. Clarke (출처 : wikipedia.com)

 

 어느 인공지능 대학원 연구실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글귀였다. '나만 몰랐었던 법칙인가?' 싶을 정도로 유명했던 이 법칙은 바로, 클라크의 3법칙이다. 아서 클라크는 그의 에세이집 <Profiles of the Future>(1963)에서 다음과 같이 3가지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1. 나이 든 뛰어난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면, 그 말은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  

(When a distinguished but elderly scientist states that something is possible, he is almost certainly right. When he states that something is impossible, he is very probably wrong.)


2. 어떤 일의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불가능의 영역에 살짝 도전해 보는 것뿐이다.

(The only way of discovering the limits of the possible is to venture a little way past them into the impossible.)


3.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출처 : unsplash.com


 그의 3법칙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있을 수 있겠다. 그중, 내가 가장 크게 받았던 느낌은 아서 클라크 자신이 바로 과학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의 발달이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불가능의 한계에 도전을 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현실화되어 마법과도 구별하기 어려운 결과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해 다양한 SF 소설을 저술한 작가인 만큼 그의 과학적인 상상력이 뿜어내는 설렘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법칙이었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 법칙인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라는 법칙이 주는 울림은 크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과 '마법'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둘 다 모두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신기함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현실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서 클라크는 이 '마법'을 볼 때와도 같은 '놀라운' 느낌을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이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알라딘 지니의 마법

<Disney Genie> 출처 : https://bit.ly/3y2SlF7


 디즈니랜드의 '지니(Genie)' 서비스. '지니'는 '알라딘'의 등장인물로, 살인/사랑/부활과 같은 소원이나 소원의 개수를 늘리는 소원을 제외하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전지전능한 캐릭터이다. '마법'의 절대적인 상징인 '지니'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도대체 어떤 서비스일까? 혹시 아서 클라크의 3번째 법칙을 염두하고, '충분히 발달한 기술'에 마법의 이름 '지니'를 붙인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혼자만의 상상을 시작했다. 


 먼저 '지니' 서비스는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와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서 올해 8월에 선보인 서비스로, '모든 것을 하나의 서비스에서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자 마법)을 통해 디즈니에서의 하루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서비스'이다. 이 '지니'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어트랙션의 유형을 선택하면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어트랙션 대기 시간에 대한 알림, 공연 시간 알림, 레스토랑 알림 및 모바일 주문, 채팅 상담 등 개개인의 시간을 절약하고 최대한으로 파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하나의 어플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디즈니 지니'에 담긴 서비스들이 이번을 기회로 처음 시작한 서비스들은 아니다. 기존에도 디즈니랜드에는 '패스트 패스(FastPass)'라는 제도가 있었고,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어트랙션 예약 및 대기 현황 알림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디즈니 '지니' 서비스가 아닌 '지니+' 서비스를 이용해서 원하는 어트랙션을 유료로 예약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디즈니 지니'는 어트랙션 및 일정 확인, 시간대별 대기 예측, 레스토랑 이용 가능 여부 확인 및 메뉴 모바일 주문, 채팅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한편, '디즈니 지니 +'는 기존의 패스트 패스처럼 원하는 어트랙션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Lane)'이라는 서비스를 비롯해 오디오 익스피리언스 및 포토 패스 등의 서비스를 유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지니'라는 이름에 담긴 가능성


 사실, '디즈니 지니 서비스'에서 디즈니가 처음 시작하는 서비스는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현존하는 기술들과 서비스들을 한 곳에 모았다는 점 이상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존에는 무료로 존재했던 패스트 패스를 없애고, '디즈니 지니 플러스'라는 형태를 통해서 과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출처 : https://bit.ly/2XkSqHs

 

 하지만 나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마 현존하고 있었던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을 한 군데에 모아 시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이 디즈니 지니 서비스로 어떤 기술들을 접목시킬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디즈니 지니 서비스를 '지니' 서비스라고 명명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이미 디즈니는 아서 클라크의 3법칙의 '마법'과 같은 기술들을 구현하기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디즈니랜드 역시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고 이 때문에 '디즈니 지니'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이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하더라도 '테마파크'라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온라인' 어플을 활용하여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고 싶다. 오프라인에서의 어트랙션과 공연, 그리고 불꽃놀이로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손안에 있는 온라인 세상으로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참고]

https://thedisneyblog.com/2021/08/19/disney-parks-to-introduce-disney-genie-service-at-disneyland-and-walt-disney-world-resort-this-fall/

https://disneyparks.disney.go.com/blog/2019/08/revolutionary-new-digital-offering-disney-genie-coming-to-walt-disney-world-resort/

https://www.tokyodisneyresort.jp/kr/tdl/guide/fastpass.html

https://themeparkbuff.com/archives/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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