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파스타가 동시에 생각나는 영화, 루카(Luca)
이탈리아 '논나'들의 트레일러 리액션 영상과 함께
영화 루카(Luca), Disney·Pixar 2021수박처럼 시원함이 가득하지만, 김이 폴폴 나는 파스타가 먹고 싶어 졌던 영화, 루카.
기존 픽사 애니메이션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서정적인 편안함, 감성적인 따뜻함을 담고 있는 영화였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의 전경은 실제로는 보지도 못했던 '친퀘 테레(Cinque Terre)' 마을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루카의 배경이 된 장소, 친퀘 테레(Cinque Terre)감상에서 미처 헤어 나오기도 전, '이탈리아 논나(할머니)들의 루카 트레일러 리액션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말로 '논나'는 '할머니'라는 뜻이다.)
[https://youtu.be/Q0lDkB6AjhQ]
비록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상을 접하지 못했지만, 영화 감상 후 트레일러의 장면 장면을 이해하면서 보는 것 역시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충분했다. 중간중간 깜짝 놀라는 논나(할머니)들의 표정에는 아직도 동심이 가득했고, 감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귀여움마저 느껴졌다.
아니, 할머니는 귀엽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이어폰을 꾸욱 누르시며 더 잘 듣기 위해 집중하시는 할머니, 대사를 따라 하시는 할머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미소와 웃음을 숨기지 않는 할머니, 말씀하시는 와중에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으시는 할머니.
그들을 보고 있는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이 영상을 만든 사람의 애정 어린 시선에 나 역시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트레일러 리액션 영상에 등장한 이탈리아 논나(할머니)는 사실 평범한 할머니들이 아니다.
그들은 유튜브 채널 "Pasta Grannies"에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시는 범상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 할머니들이다. (*Grannies 역시 할머니를 의미한다.)
마카로니, 카펠레티, 스파게티 알라 키타라 등 파스타 요리의 전통을 이어오는 할머니들은 집과 주방에 대한 소개부터 반죽 만들기, 재료 손질, 소스 요리 후 플레이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엄청난 내공의 할머니들이다. 그들의 영상을 보면, 연륜에서 느껴지는 여유 덕분인지 경외감이 느껴지는 한편, 마음은 침착해지고 하염없이 부드러워진다.
디즈니·픽사에서 이러한 이탈리아 논나(할머니)들에게 트레일러 영상을 보여주며 리액션 영상을 기획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루카'라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따뜻함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트레일러 리액션 영상마저도 포근함으로 무장한 것일까? 그 와중에 파스타라는 상징성까지 연결시키다니. 이탈리아의 문화와 배경을 보여주면서 그 너머에 있는 부드러움까지 보여주는 디즈니·픽사의 기획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이 가져다주는 힘은 엄청나다. 가보지도, 보지도 못했던 '친퀘 테레' 섬을 그리워하고, 이탈리아 논나들을 옆집 할머니처럼 친근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 그들의 역사적인 신화와 이야기,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거부감 없는 따뜻한 시선을 가지게 된다.
우리에게는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그 이야기들을 더욱더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 테마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루카'라는 영화를 통해 나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파스타 요리 채널에 구독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우리 '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도 나오지 않을까? 그 애니메이션에는 배추김치, 깍두기, 파김치, 물김치, 갓김치, 겉절이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우리네 김장 할머니들의 '한국 소재 영화 트레일러 리액션 영상'이 나왔으면!
아마도 그때는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한국의 김장하는 "김치 할무니" 채널을 구독하게 되겠지.
[자료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