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찌뿌둥하다. 창 밖을 보며 ‘오늘은 비가 올려나?’ 하고 중얼거린다.
근 오십 년 가까이 사용한 몸이다 보니 날씨 변화에 갈수록 예민해진다. 이렇게 흐린 날은 물에 적신 스펀지처럼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러다 비가 쏟아지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날씨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일할 때에는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외부 자극에서 날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최대한 둔감하게 하고 기계적으로 변하다 보니 날씨 변화에도 둔감 해졌다. 일 하다 첫눈을 본적이 몇 번 있지만 역시나 밋밋한 느낌뿐이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하늘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일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면 날씨가 그날의 기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맑은 날 여행을 하면 우산을 안 써도 되고 번잡스러운 길을 걷지 않아도 되어 편하긴 하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맑은 하늘이 간절하다.
문득 하늘을 바라봤을 때 파란 하늘에 양떼구름이 펼쳐져 있으면 자연스레 얼굴엔 미소가 피어난다. 그럴 땐 자리에 앉아 그냥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여행의 여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여행에서 맑은 날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힘들어하는 비 오기 전 날씨도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큰 기쁨을 준다.
막 숙소에 도착한 후 폭풍우가 몰아칠 때면 즐거운 술자리가 제격이다.
지붕이 뚫어져라 내리치는 빗소리와 창문이 떨어질 듯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안락하게 실내에서 동행들과 한잔 하는 즐거움은 여행을 더욱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다.
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의 트레킹은 내 몸의 수분을 모두 뺏아가지만 적절한 부슬비는 말라버린 내 몸의 열을 식혀주며 어떠한 에너지 음료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날씨에 따라 그날 일정을 조금 변경하면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를 지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 일요일 아침은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가족들이 모두 잠을 자고 있을 일요일 아침시간에 비가 오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허탈감에 빠져든다. 이 순간만큼은 무조건 맑은 날씨여야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청계산을 오를 수 있는 건 맑은 날씨가 도와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주 일요일 아침 청계산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