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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 Aug 08. 2018

공갈젖꼭지와 전쟁, 억지로 끊지마세요!

아이가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면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습니다


육아에 대한 갑론을박중 하나는 바로 공갈젖꼭지입니다. 전문가들마다, 엄마들마다 너무나 의견이 다른 공갈젖꼭지 사용시기 때문에, 언제까지 공갈젖꼭지를 사용해도 될지, 아기가 돌이 지나도록 공갈젖꼭지를 끊지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끊어야 하나며 하소연하고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갈젖꼭지에 너무나 애착이 강한 아들때문에 어떻게 끊어야할지 고민이 많은 엄마였습니다. 16개월쯤에 한 번 끊는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었고, 공갈젖꼭지에 집착을 하며 주지 않을땐 울고 짜증을 내는 호연이를 보며 빨리 끊어야겠다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공갈젖꼭지, 아기가 크면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다'는 믿기지 않는 이 말은 사실이였습니다! 아기가 커서 두 돌이 지나서 말귀를 알아먹자 하루만에 공갈젖꼭지를 끊었습니다. 돌 이전까지는 공갈젖꼭지를 장난감마냥 계속 물고 있고,  잠 잘때 없으면 정말 울며 짜증내어 잠을 못자는 호연이였기 때문에 다른집에는 한두개 있지만, 저희는 공갈젖꼭지가 무려 6개나 있을 정도로 아기나 저나 공갈젖꼭지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제가 감탄할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엄마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공갈젖꼭지


 저는 공갈젖꼭지 극찬자입니다. 저에게 가장 유용했던 육아용품을 꼽아보라면 공갈젖꼭지를 최상위권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공갈젖꼭지로 신생아때부터 수면교육에 성공하였고, 호연이가 칭얼대는 위급상황에서도 공갈젖꼭지 하나면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호연이가 돌이 지난 이후부터 소아과나, 친정부모님 등 주변 분들이 이제 슬슬 공갈젖꼭지를 끊어라고 하시네요.



 


 잠 재울땐 공갈젖꼭지를 물리고 수면인형을 안겨주면 기특하게도 쪽쪽빨면서 혼자서 스스르 잠들어서 잠 재우는것도 다른 아기들에 비해 너무 수월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칭얼거려도 공갈젖꼭지를 다시 물려주면 금방 딥슬립을 했습니다. 예전에 여행가서 공갈젖꼭지를 잃어버려  엄청나게 시달린적이 있었기때문에 공갈젖꼭지가 없는 육아는 너무 끔찍합니다.

 호연이도 공갈젖꼭지에 무척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고, 저도 왠지 모르게 아기가 공갈젖꼭지를 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굳이 빨리 끊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문으로만 들려오는 공갈젖꼭지 괴담때문에 걱정이 되는건 사실입니다. 공갈젖꼭지를 계속 빨아서 구강구조가 이상하게 변형된다는 이야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착해서 공갈젖꼭지를 끊지 못하면 어쩌지? 끊어야 하는데...' 라고 하면서도 공갈젖꼭지가 없을때의 아기의 반응이 두려워 쉽게 시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1차 공갈젖꼭지 전쟁 -> 공갈젖꼭지 자르기 -> 실패


 그러나 2차 영유아검진 후 소아과선생님이 공갈젖꼭지를 끊어야 하는 시기라고 충고를 하셨습니다. 아기앞에서 공갈젖꼭지를 가위로 잘라버려서라도 끊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여보 공갈젖꼭지 끊어야할까? 이제 슬슬 끊을 시기래."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을까? 서양에서는 호연이보다 더 큰 애기들용 공갈젖꼭지도 판매한다던데..."
"그렇지?(답정너) 사실 나도 지금 끊기는 싫어."



 이렇게 우리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16개월쯤 되어서야 공갈젖꼭지 끊기를 시도했습니다. 호연이에게 이제 공갈젖꼭지는 빠이빠이하자며 그 중 하나를 시범삼아(공갈젖꼭지 6개보유^^;) 가위로 싹둑 잘라서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호연이는 멀뚱멀뚱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네!'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잠을 자야하는데 호연이가 역시나 입을 손으로 가르키쳐 쭈쭈를 달라고 합니다.



"(입으로 손을 가리키며)쭈쭈 쭈쭈"

"아까 버렸잖아, 우리 이제 쭈쭈 없어. 쭈쭈없이 코 넨네하자"

"으아앙~~~~~ 쭈쭈 쭈쭈"



 공갈젖꼭지를 주지 않으니 울고 불고 짜증을 내며 침대에 누워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겨우 호연이를 달래 침대에 눕혀놓고 잠이 스르르 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소보다 한시간은 더 걸렸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잠깐 깨서 공갈젖꼭지를 찾느라 칭얼거리는데, 주지를 않으니 10분에 한 번씩 계속 울고불고 짜증을 내서, 거의 한시간 이상을 시달렸습니다. 안그래도 독박육아 때문에 힘들고 내일 일도 가야하는데 잠자는 시간까지 전쟁이 되어버리니 그야말로 아이보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4~5일을 했지만 여전히 공갈젖꼭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호연이였습니다. 고민스러워서 육아선배인 회사분께 여쭤보니 '그냥 줘! 그거 있으면 잠 잘자는데 뭐하러 끊어? 시기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끊더라'라고 하시네요. 게다가 김형규 치과선생님의 공갈젖꼭지 24개월까지 괜찮다라는 글을 보고나서 저는 그냥 공갈젖꼭지에게 항복해버렸습니다. '두 돌까지만 주지 뭐!'


대신 반드시 잘 때만 공갈젖꼭지를 주었습니다. 호연이는 다시 만난 공갈젖꼭지가 너무너무 좋은지 잘 시간이 되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침대에 쪼르르 올라가서 자기 이제 잘테니 공갈젖꼭지를 달라고 합니다. 행복하게 공갈젖꼭지를 빨면서 금방 꿈나라로 떠나는 아들을 보니 억지로 끊게 한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2차 공갈젖꼭지 전쟁 -> 아기에게 동기부여하기 ->  이틀만에 대성공


드디어 호연이의 두 돌이 찾아왔습니다. 그전까지 공갈젖꼭지와는 잘 지냈냐구요? 물론 철저하게 잠 잘때만 주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입에 공갈젖꼭지가 없다는걸 인식할 때 찡찡거리는 모습을 보니, 아기의 진정한 딥슬립을 위해서는 공갈젖꼭지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때 가끔 생각나는지 공갈젖꼭지를 찾는 바람에 잠을 쉽게 못자고 뒤척이고 결국에는 인형코 같은 다른 물건을 입에 넣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두 돌때는 반드시 공갈젖꼭지와 헤어져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습니다.


 호연이가 두 돌이 되니 간단한 의사표현은 대부분 다 알아듣고 말도 제법 늘었습니다.  마침 주말에 놀러온 외할머니도 합세하여 이번에는 호연이를 설득해보기로 했습니다.




# 1. 공갈젖꼭지를 물고있는 아기 동영상을 보며 호연이를 설득

 "호연아 이것 봐. 아기가 쭈쭈가지고 있네? 이건 아기가 하는거야. 호연이는 아기야 형아야?"

 "형아!!!"

 "근데 쭈쭈는 아기가 하는거야."

 "아기가 쭈쭈"


# 2. 공갈젖꼭지를 물고 있는 동네 아기를 보며 호연이를 설득

  "호연아 여기 아기가 있네! 아기가 쭈쭈물고 있어"

 "아기 쭈쭈"

 "맞아 쭈쭈는 아기가 하는거야. 근데 호연이는 형아야 아기야?"

 "형아!!!!"

 "그러면 쭈쭈는 아기한테 주자."

 "네!"


#3. 자기전, 야옹이를 좋아하지않는 호연이를 설득

"호연아, 야옹이가 쭈쭈를 가져갔어. 야옹이 아기가 쭈쭈가 필요하데. 쭈쭈는 아기가 하는거잖아, 우리 야옹이 아기한테 쭈쭈 주자"

"아니야 아니야 쭈쭈 쭈쭈"

"그거는 아기가 하는거야, 그러면 호연이가 야옹이한테 가서 쭈쭈 달라고 해, 야옹이 불러올까?"

"아니야 아니야!!"

"그럼 오지말라고 할께, 우리 쭈쭈없이 코 자자."

"네"




 놀랍게도 이 작전은 이틀만에 성공했습니다. 공갈젖꼭지를 끊기로 한 첫날만 아기가 칭얼거렸지 둘째날부터는 공갈젖꼭지를 더이상 찾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쉽게 잠들기도 했습니다. #3은 자기전 딱 2번만 했고, 수시로 #1, #2를 말해주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가 공갈젖꼭지를 더 어린 아기에게 보내준 모양입니다.


 공갈젖꼭지를 끊을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호연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동기부여지만, 호연이가 스스로 공갈젖꼭지는 자기가 더이상 사용할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죠. 호연이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바로 '형'입니다. 이때까지는 자기가 아기인줄 알았는데 어린이집에 가보니 본인보다 훨씬 작은 아기들이 있습니다. 그리도 동네에 나가보니 자기보다 큰 형들이 능숙하게 뛰어노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입니다. 공갈젖꼭지를 물고 아기가 될 것이냐, 공갈젖꼭지를 끊고 형이 될 것이냐의 기로에서 호연이는 공갈젖꼭지를 포기하고 형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2차 공갈젖꼭지 전쟁은 너무나 쉽게 끝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이었습니다.





억지로 책상에 앉힌다고 해서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동기부여가 되면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게 되죠. 24개월 아기에게도 이 방법이 통하는 것을 보니 새삼스럽게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걱정때문에 아기가 사랑하는 공갈젖꼭지를 자르고 울리면서 마음 아픈 이별을 강요하기 보다는, 아기가 스스로 공갈젖꼭지를 담담하게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두고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Tip : 공갈젖꼭지 사용기간, 생각보다 짧지 않아요. 구강구조 변형이 일어난다는 무서운 얘기때문에 얼른 끊고싶긴 하죠. 그런데 실제로 두 돌이상 공갈젖꼭지를 썼는데 변형된 이웃분들 보셨나요? 또는 36개월 이상 된 아기가 공갈젖꼭지를 사용하시는거 보신적 있나요? 그런경우는 굉장히 유니크합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 우리 아기들은 대부분 끊을 수 있어요.  
 김형규 치과의사선생님께서 공갈젖꼭지 사용시기에 관해 적은 글을 읽어보니 결론은 24개월까지는 괜찮다, 그 이후 넘어가면 집착이 강해져 끊기 힘들기 때문에 두 돌까지만 권장하시더라구요. 저처럼 공갈젖꼭지에 관해 걱정이 많으신 분들은 김형규 선생님이 쓴 글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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