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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 Oct 28. 2018

독박육아를 하면서 생각보다 아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혼자서 아들을 돌봐야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혼자서 케어해야 하는 아들


#. 엄마의 시각




피곤한 평일 저녁

일 마치고 돌아오면 이모님과 교대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나 혼자서 꼬맹이랑 놀아주고 씻기고 재워야한다.



그런데 오늘 유달리 피곤하다.

회사일이 너무나 바쁘지만 칼퇴를 하고 육아를 해야하기 때문에 허리한 번 펴볼새 없이 미친듯이 일한게 벌써 나흘째.

이런날 꼬맹이는 유독 말을 안듣고 날 힘들게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26개월 꼬맹이는 나의 목을 꽉 안고 등을 타 넘고 점프를 하며 격하게 애정을 표시하지만 받아주기 너무 버겁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러겠거니 하지만 나를 너무 아프게 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겨우 씻기고 잠자리에 들어 책을 읽어주려는데, 결국 꼬맹이가 사고를 쳤다.

또 몸장난을 치려고 바둥대다가 이번엔 머리로 나의 얼굴을 정말 세게 가격하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부들거렸지만 그래도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고 꼬맹이에게 화내진 않았다.

그러나 속좁은 엄마는 그 마음까진 억누를 수 없어서,  책을 덮고 말없이 내 침대로 올라가 등돌리고 누워버렸다.



꼬맹이는 잘못을 아는지 조용히 있더니 갑자기

'책~ 엄마 책~' 이라고 얘기를 한다.

그래 고작 26개월 꼬맹이가 뭘 알겠니

다시 내려가서 책을 읽어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꼬맹아 엄마는 너무 서운해
엄마가 아픈데 어쩜 너는 미안하단말도 없이 책 읽어달라고 하니
엄마 많이 아프잖아.
엄마 생각은 하나도 안하는거니?




내가 꼬맹이한테 뭘 기대한걸까.

근데 너무 서운한 마음에 꼬맹이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런 얘기를 했다.

'내가 혼자있는게 힘들다보니 울꼬맹이한테 많이 의지했구나, 아기에게 이렇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걸 보니...'



꼬맹이는 작은 손을 들어 엄마의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었다.

그래 너의 눈빛,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아.

눈물을 닦고 다시 꼬맹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 아들의 시각





어둑어둑 평일저녁

날이 어두워진걸 보면 엄마가 올때가 됐는데 언제 오실까?



엄마가 왔다

너무 반갑다

아침에 나간 엄마는 어두워져야 들어온다

엄마가 너무 좋아 꽉 안아주었다

이제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싶다



벌써 잘 시간이다

엄마는 불을 끄고 나를 재우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엄마랑 더 놀고싶다



내가 엄마를 아프게 한 것 같다

엄마는 말없이 가만히 있다가 책을 덮고 그냥 침대로 올라가버린다

어쩌지?



나는 자기전에 엄마가 책 읽어주는게 너무 좋다

엄마에게 조심히 책읽어달라고 했다

엄마는 다시 내려왔다



그런데 엄마가 눈물을 흘린다

엄마는 슬퍼보인다

내가 엄마를 달래줘야 한다

엄마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울지마



엄마는 다시 책을 재밌게 읽어주었다

내가 달래줘서 이제 괜찮나보다










내가 독박육아를 하듯이

너도 독박케어를 하는가보다

독박육아라고 생각했지만 엄마와 아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돌봐주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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