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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 Mar 08. 2020

집과 마스크에 갇혀버린 아이들

코로나19로 바뀐 아이들의 일상

"엄마 나 저기 가고싶어."


지난 2월, 차를 타고 하원하는 꼬맹이의 손끝은 대형 마트를 가르키고 있었다.


"꼬맹아, 지금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저런곳에 갈 수 없어. 엄마가 다음에 꼭 데려갈께."

"언제?"


그리고 3월,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제는 등원마저 막아버렸다.





 지난 2월 우리 동네는 나름 잠잠한 편이었기에 꼬맹이의 어린이집은 휴원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맞벌이부부가 아니고서는 이미 아이들 등원을 시키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나는 독박육아하는 워킹맘이었고 친정이 대구라 그야말로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지만, 다행히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적혀져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이집에서 보내 주는 사진을 보면 참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 외출할때 씌우던 그 마스크를 우리 아이들이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는 것 이었다. 물론 이 시국에는 어린이집의 당연한 조치지만, 아이들이 마스크에 갇혀버린 이 상황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했다. 더 마음이 아픈건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의문을 가지지도 않고, 그저 당연히 써야하는줄 알고 답답한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왜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하는지 스스로 심오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3월, 아이들은 집에 갇혔다. 등원날짜는 3월말로 두번이나 연기되었고, 우리 아이들은 바깥출입이 거의 금지가 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새 친구들과 새 선생님을 만나 긴장반 설렘반 속에서 웃는 아이들의 일상은 허락되지 않았고, 주말에는 그 흔한 키즈카페에도 가지 못하고 공원에서 실컷 뛰어다는 것도 금지시켰다. 몇 몇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결국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일상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왜 키즈카페 가면 안돼?"

"지금 밖에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픈 사람들은 집에 있어야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바람에 더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어. 사람많은곳에 가면 우리도 아픈사람 만날지도 몰라"

"왜 아픈데 나와?"


그러게 말이다. 왜 이런 시국에 굳이 단체모임이나 종교활동에 집착하며, 왜 병원에 입원까지 해놓고 결혼식에 가며, 왜 자가격리 대상자가 여행까지 가며, 왜 확진자가 마스크사겠다고 사람많은 곳에서 줄을 서있는 걸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따뜻한 봄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지 못했고, 제 날짜에 유치원과 학교를 갈 수 있는 자유도 보장해주지 못했다.  마스크없는 자유로움과 동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소소한 일상 대신 마스크와 집에 갇혀버린 아이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아이들에게 주려고 노력하면서도 더 좋지 못한 환경을 물려주고 있는 것일까. 엄마로써, 어른으로써 반성을 하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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