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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 Jun 07. 2018

#3. 엄마,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래요.

가족에게 내 짐을 넘기려는 순간, 무게는 두배로 커질 뿐이다. 

 

애꿎은 친정 엄마에게 분노를 터뜨린 그 다음날, 몸 속의 화를 배출한 덕분인지 아기를 재우고 혼자서 멍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고민을 해보자. 지금 내 독박육아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다니면서 살면된다. 아직은 아들이 어려 교육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남편은 와이프와 아들이 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아들은 아빠와 살 수 있다.  나 역시 일과 육아라는 두 가지 부담 중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 마트' 중


  

 그런데 정말 내가 지금보다 덜 힘들고 더 행복해질까?   


남편의 내조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일을 그만두고 남편과 살림을 합친다. 남편은 직업상 평일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평일에는 변함없이 독박육아이다. 주말에도 종종 일을 나가야 한다. 일과 독박육아라는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왔는데, 혼자 지내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남편에게 '당신을 위해서 내 직장을 포기했는데 나아지는건 없다'며 화를 낸다. 아이에게는 '엄마는 내 인생을 포기하고 너만 보고 사는데 왜 말을 안듣느냐'며 짜증을 낸다. 지금 당장의 부담을 던지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 무게가 줄어들기는 커녕 남편과 아이마저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배로 커질 뿐이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 정말 직장을 다니기 싫은거니? 아니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싫은거니?'


 '아니야, 사실 혼자서라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지금 다니는 직장도 너무 좋고, 집에 와서 아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행복해. 근데 그저 남들은 2명 3명이서 같이 하는걸 나 혼자 한다는 생각에... 나도 직장에서 눈치보지않고 야근도 좀 하고 일을 많이 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가끔 육아 부담이 너무 커질때... 누군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거지.' Somebody help me! 


 결국 난 내가 짊어지고 있는 '엄마라는 무게'가 종종 버겁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  독박육아에서 분노가 폭발한 이유도 나의 무게를 나눠들어줄 사람을 찾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어느 누가 이런 엄마의 무게를 가볍게 해줄 수 있을까?





 

 

 함께 아이를 낳은 남편이라고 해서 나의 무게를 덜어줄 순 없다. 육아의 무게는 생각보다 아주 무거워서 엄마와 아빠 두명이서 함께 짊어져도 너무 무거울 때가 많다. 그 순간 내 무게를 줄이고자 남편에게 기대버린다면 남편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훨씬 커진다. 아이가 생기면 많은 부부들의 다툼이 잦아지곤 하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서로 힘들다는 이유로 내가 짊어진 부담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기대려다보니 상대방 역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결혼, 육아, 일, 그 어느 누구도 엄마인 내 삶의 무게를 줄여줄 수는 없다. 가족들에게 기대려고 하면 그 무게는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질뿐이다. 그래 어짜피 내 삶의 주인공은 나야,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대지 말고 나의 행복은 내가 찾아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유치하고 뻔한 문장 하나로 자기합리화식 결론을 내리니 마음이 편해진다. 



 다시 한 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젠 미안했어요. 그래도 나 포기하지 않고 일이랑 육아 둘 다 잘해볼께!'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에게,

 

 사랑하는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만큼 육아의 무게는 진짜 무거운 것 같아요.

 나보다 상대방이 더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도 실제로 상대방의 무게도 무겁겠죠.

 내가 짊어진 것만 무겁다고 생각해서 상대방에게 내 짐을 들어달라고 툭탁거리기 보다는

 함께 무거운 짊은 지고 있는 서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거려주면 어떨까요.

 


아 물론 저도 그러고 있진 못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 

힘든 상황에서 서로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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